작년보다 8배나 많아져

여행·항공·예식·음식 등

'불가항력' 해당여부 쟁점

공정위 "강제조정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여행·숙박·예식 등 서비스업에서 위약금을 둘러싼 소비자와 업체 간 분쟁이 급증했다. 작년보다 8배 가까이 늘어나 1만5000건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이나 불가항력적 사유로 볼 수 있는 지가 쟁점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강제조정 권한이 없어 난감하다.

11일 공정위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달 8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5개 서비스 분야에서 모두 1만4988건의 위약금 관련 소비자 상담이 접수됐다. 작년 같은 기간(1919건)의 7.8배에 이른다.

업종별로는 국외 여행(6887건) 상담이 가장 많았다. 항공여객(2387건)·음식서비스(2129건)·숙박시설(1963건)·예식(1622건)이 뒤를 이었다.

상담 내용 대부분은 소비자가 "코로나19에 따른 부득이한 계약 취소"를 주장하며 위약금 면제나 감면을 요구하지만 업체가 거절하는 경우들이다.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주요 업종별로 계약해제에 따른 위약금 부과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소비자기본법(제16조)에 따라 당사자 간 별도의 의사 표시가 없는 경우에만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권고 기준이 된다. 공정위가 사업자에게 이 기준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

송상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당사자 간 계약이나 약관이 있으면 이 내용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우선 적용된다"면서 "소비자들은 사업자와 체결한 계약이나 약관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국장은 여행 위약금과 관련 "입국금지, 강제격리 등이 계약서상 천재지변, 국가명령 등 블가항력 변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일본 등의 강제격리는 여행목적 달성이 어려운 국가명령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 계약사실 관계 등을 특정한 상태에서나 위약금 면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감염병의 경우 특정 지역의 전파 가능성, 발생 확률 등을 계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 뿐 아니라 사업자 입장에서도 큰 불확실성"이라며 "앞으로 감염병과 관련해 어떤 수준까지 분쟁 해결 기준을 만들 수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최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위약금 경감 등 소비자와의 분쟁해결에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여행업협회, 항공사, 6개 소비자단체 등과 위약금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달 4일에는 한국예식업중앙회와 면담했다.

간담회에서 여행업협회는 △입국 금지, 강제 격리 국가로의 여행 취소는 위약금 없는 환불이 합리적이다(다만 신혼여행 등 특화 상품은 현지 여행사 및 숙박업소의 위약금 부과 여부에 따라 다르며, 여행사가 현지 여행사 및 숙박업소에서 환불을 받은 뒤 소비자에게 환불할 수 있다) △검역 강화 단계 국가는 여행이 가능하므로 약관에 따라 위약금을 부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예식업중앙회는 △소비자가 3~4월 예정된 결혼식의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소비자가 이행 확인서를 작성할 때 위약금 없이 3개월까지 연기할 수 있도록 회원사에 공지하겠다 △취소의 경우 위약금을 감경하도록 회원사를 독려 중이나, 고정 비용을 고려할 때 전액 면제는 어렵다 △혼주 요청 시 최소 보증 인원을 조정·감축할 수 있도록 회원사에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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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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