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대출·무료임대에 아예 빚내서 대출 … 코로나19 확산 만큼 커지는 금융권 지원

금융안정성 확보 필요성도

금융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소유하고 있는 건물의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에서 출발해 조금이라도 빨리 대출을 해주겠다고 하더니 아예 코로나19 용도의 특정 목적을 위한 채권 발행까지 나섰다.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은 10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상 대출 목적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소셜 본드'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한화로는 최근 환율로 600억원 규모에 해당한다. 신한은행은 이번에 발행하는 채권을 기존 코로나19 관련으로 내놓은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대책에 포함해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9일 코로나19의 최일선인 대구 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을 위한 '든든한 도시락' 지원사업을 벌였다. 사진 우리금융그룹 제공


이 은행 관계자는 "원화 및 외화 그린본드, 외화 지속가능발전목표 채권에 이어 네 번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을 발행한다"며 "특정한 목적의 사실상 사회공헌성 자금 조달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이에 앞서 코로나19와 관련한 신속대출 등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해 금융당국이 모범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기존에 1개월 이상 걸리던 자영업 대출에 대해 신청한 다음날 바로 현장을 방문해 성장성과 안정성 등을 고려해 영업점장의 전결로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 은행은 서울보증재단 등 신용보증기관과 긴밀히 연계해 모두 5800여건 1800억원 수준의 대출을 했다.

신한은행이 이처럼 코로나19 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데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행장 등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진 행장은 최근 코로나19대책과 관련 "특수한 상황인 만큼 기존 업무절차에 얽매여선 안된다"며 적극적인 여신업무를 당부했다. 이에 앞서 조 회장도 최근 은행과 카드, 보험, 증권 등 계열사 사장단과의 화상회의에서 "'하나의 신한' 관점에서 고객 응대에 만전을 기하고, 기존 업무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의 대응은 신속한 대출 경쟁으로 이어질 흐름이다. 우리은행은 10일 대구와 경북지역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틀 만에 대출을 하도록 독려했다. 우리은행은 이 지역을 대상으로 특별전담심사반을 구성해 신속한 대출을 시행하기로 하고, 대구경북지역 개인사업자 6000여곳과 중소법인 1100여곳을 선정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밖에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이나 자가격리 등으로 은행 영업점 방문이 어려운 개인사업자나 개인고객의 경우 전화로 대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를 위해 실질적인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임대로 있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3개월 정도 기간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경쟁적인 지원책이 국가적인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당연한 움직임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으면서도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급속히 확산될 경우 대구경북에서 하는 만큼의 지원을 감당할 수있을지에 대한 우려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이 자칫 부실여신으로 연결돼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향후 경기가 살아나면 모르겠지만 자칫 지금 상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소상공인에 대한 여신이 부실화될 수 있다"며 "개별 금융기관이나 은행에만 맡겨서는 안되고, 정부차원의 중장기적인 대책과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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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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