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뒤늦게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 추경안, 기초생활수급자에 초점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취약계층 구제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생·고용안정에 3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코로나 사태로 일감이 끊긴 일용직 노동자 등 차상위계층이 지원대상에서 사실상 빠지면서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2일 함준호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코로나사태는 금융위기와 달리 실물경제에 충격이 직접적으로 오고 있다"며 "당장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추경이 효과를 보려면 직접 타격을 받는 부분으로 추경안이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전문가인 함 교수는 "지금은 금리를 낮추는 등의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유동성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재정이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감염병 검역·진단 치료 등 방역체계 보강·고도화에 2조3000억원,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회복지원에 2조4000억원, 민생·고용안정 지원에 3조원,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지원에 8000억원 등이다.

취약계층 지원내역을 들여다보면 민생·고용안정 3조원은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상품권 1조539억원을 제외하면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자) 소비쿠폰에 8506억원 등 기초생활수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차상위계층은 빠져있다.

차상위계층은 기초생활수급자로 대변되는 빈곤층 바로 위를 의미하고 '차하위집단'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달리 차상위계층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코로나19 추경은 이미 국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는 차상위계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상위계층의 범위는 과거 최저생계비 150%이하였지만 지금은 중위소득 50% 이하로 확대됐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소비쿠폰 지급대상에 포함시켰지만 … = 추경 지원대상에서 차상위계층이 빠진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면서 국회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저소득층 한시 생활지원사업' 대상에 차상위계층을 추가하기로 했다.

당초 기초생활수급 137만7000여 가구에 평균 61만7497원의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한 추경에 차상위계층 56만3000여가구를 포함시켰다. 가구당 지원액은 56만1335원이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반영해 추경에 3160억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지원대상에 차상위계층을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온누리상품권이나 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지급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코로나19의 집단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 시점에 해당 상품권 유통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온라인 등 비대면 채널 등으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필수적으로 지출되는 고정경비 해결을 위한 현금 지급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정부가 감염확산통제에 중점을 둔 정책을 해야 한다"며 "대면 소비를 해야 하는 상품권은 지금 당장 쓰지 않을 수 있어서 소비쿠폰 추경의 효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의 연구원은 "당장 소득이 절반으로 줄어든 일용직 근로자 등의 경우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며 "상품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적 소득없는 차상위계층, 가장 취약 = 차상위계층은 노동시장에서 일반층에 비해 비정규직이나 자영업 같은 불안정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안정적인 소득을 갖지 못하고 있어 실업을 당할 경우 절대빈곤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공적시스템 밖에 있는 중소자영업자, 일용·임시 노동자, 프리랜서, 배달 노동자, 학원 강사 등에 대한 즉각적인 생계 지원이 시급하다"며 이들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6조1800억원 가량을 추경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일감이 끊긴 일용직 노동자, 공공이나 민간기관의 문화센터 등에서 일하는 강사와 프리랜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등은 대출과 같은 간접적 지원 방식으로는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일용직 건설노동자는 코로나 전파 우려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일자리를 구할 수 없게 됐고,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종업원을 해고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시휴직자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9.8%인 14만2000명이 늘었다. 통계청은 코로나19로 휴업과 휴직이 확대되고 일부 재정 일자리 사업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집단감염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3월은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 추경의 목적 중 하나는 최저 생계비도 제대로 벌지 못하는 분들에 대해 소득보전을 해주는 데 있다"며 "경기회복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의 소득이 전혀 없다는 것에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지원신청, 6일 만에 2배 가까이 증가 = 자영업자들의 금융지원 신청은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늘고 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접수된 신청은 이달 10일 현재 6만8833건으로 금액은 3조5977억원에 달한다. 이달 4일 3만8251건에 1조9300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6일 만에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상공인진흥공단 뿐만 아니라 지역신용보증 4만1143건(1조3589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773건(2411억원) 기술보증기금 240건(415억원) 등으로 전체 신청 규모는 11만988건에 5조2392억원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의 신청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정부의 추경안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회복지원에 2조4000억원뿐이 책정돼 있지 않다. 기업은행의 초저금리대출 규모 등을 고려해도 최대 4조4000억원 정도에 그친다. 기존 예산이 투입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빠르게 증가하는 자영업자들의 금융지원 요구를 정부의 현재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신청은 폭주하고 있지만 집행 액수는 신청 금액 대비 8.9%인 4667억원에 그치고 있어 신속한 자금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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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성홍식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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