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줄도산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이를 일부 수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1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세균 총리 등 정부관계자들이 "(추경안을 심의하는) 예결위 소위에서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추경증액과 2차 추경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이런 기류변화는 역대 추경에서 보였던 정부의 관례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란 평가다. 역대 추경에서는 대체로 '긴박성' 등을 명분으로 기존 정부안을 대체로 관철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감염증 확산사태가 엄중하다는 인식이기도 하다.

제안설명 마친 홍남기 부총리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설명 후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정세균 국무총리.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정부는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재난기본소득 등 '직접지원' 방식에는 난색을 표했다. 그럴만큼 정부 재원이 넉넉하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모든 문제 적극 협의" =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에서는 자영업 대책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정부 추경안에 앞으로 도산 위기에 처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책이 역부족"이라며 "특히 신용평가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은 3000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자영업자에 대한 추가 특례보증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는 "저희가 추경안 제출한 것을 보면 신용보증기금에 1조2000억원, 지역신용보증기금이 3000억원 등 2조가 반영됐다.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소위심의 때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언급한 '소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를 말한다. 여기에 참석하는 정부 측이 국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자영업자를 위한 특례보증 추가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간이과세 적용기준 확대 문제도 정부가 긍정 검토하기로 했다. 홍 부총리는 "간이과세 적용기준 확대 문제는 "여러 과세를 포함하는 문제여서 그동안 정부가 꾸준히 반대의견을 내놨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워낙 중요하다"면서 "소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대책 발표에서 간이과세자 수준의 세제 혜택을 받는 자영업자 매출기준을 '연 매출액 6000만원 이하'로 제시했다. 여야는 모두 기준 상향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재난기본소득에는 난색 = 하지만 재난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정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 논의되고 있는 대로 1인당 50만원, 100만원씩 주게 되면 25조원에서 50조원의 돈이 들어가야 한다"며 "고소득층에도 동일하게 주는 것이 맞는지 형평 문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맞춤형으로 정말 어려운 계층에 대해 지원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홍 부총리는 "추경안에 담긴 소비쿠폰, 돌봄쿠폰이 2조4000억원 규모"라며 "이것이 어떻게 보면 어려운 계층을 위한 맞춤형 작은 규모의 재난지원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추경 증액·조정 이뤄질 것" = 앞서 당정청은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증액하고 지원사업 신설·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내주 안에 대구·경북을 비롯한 전국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자금 애로를 덜어드리고 교통·항공·여행업과 교육·문화·서비스업 등의 경영난을 완화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며 "추경 증액과 지원사업 신설·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지원과 경영안정자금 확대를 내주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정부 측 답변을 받았다"며 "당은 추경안을 내주 초까지 통과시킬 예정이다.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총리와 부총리의 국회 답변, 당정청 회의결과 등은 필요하다면 이번 추경안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을 충분히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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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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