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PBR 1배 미만 기업 126곳

저PBR 함정에 유의해야 … ROE 개선되는 종목에 '주목'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12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188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은 전일 600선이 무너진 이날 580선도 무너졌다. 국내 증시가 폭락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들이 속출했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청산가치를 밑도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종목이 쏟아진 것이다. 이에 저평가된 종목을 쇼핑하는 큰 손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싸다고 무조건 매입해서는 안된다. 가치주 투자전문가들은 "저가주란 가치대비 저평가된, 그래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잠재적 상승여력을 갖춘 경우"라며 "싸게 팔릴 수밖에 없는 낮은 가치를 지닌 종목이라면 잡주로 분류한다"고 말했다. '싼 게 비지떡'일 수 있는 잡주와 '싸지만 매력적인' 저가주를 분명하게 구분해야한다는 조언이다.

◆한화생명 PBR 0.08배 = 12일 내일신문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2개월 포워드 PBR 1배 미만 기업은 총 126개사에 달했다. 12개월 선행 자본총계는 컨센서스 기관 3곳에서 추정하고 주가는 10일 종가기준이다. 11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3~4% 급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1배 미만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눠 구한다. 시장에서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이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순자산가치의 몇 배에 거래되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PBR 1배 미만이면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통 PBR 1배 미만을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한화생명의 경우 10일 기준 PBR은 0.11배다. 그 다음날인 11일엔 주가(종가기준)가 1285원으로 급락하며 PBR은 0.08배를 기록했다. PBR로만 보면 영업보다 청산이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PBR 0.3배 미만 기업은 총 19종목이며 그 중 8종목은 보험과 은행, 금융지주 등 금융주로 42.1%의 비중이다. DGB금융지주 PBR은 0.17배, 현대제철은 0.18배, 세아베스틸은 0.19배로 0.2배 미만을 기록했다.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실적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돼 싼값에 거래되는 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향후 PBR이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PBR은 낮지만 ROE가 개선되는 종목 위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ROE는 기업이 투입한 자기자본으로 1년 동안 얼마를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다. PBR이 낮은 데 ROE가 개선되고 있다면 '성장성'과 '저평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종목으로 볼 수 있다.


◆순자산 내역 잘 분석해야 =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승장에서는 손익계산서를 잘 살펴봐야 하지만 하락장에서는 현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경제적 자원)과 부채(경제적 의무), 자본의 잔액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는 대차대조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좋을 때는 돈 잘 버는 기업에 투자하고 싶지만 불황, 또는 하락장에서는 망하지 않을 기업, 내 돈을 제 때 돌려줄 수 있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침체 등의 이유로 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치는 종목은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회사의 보유자산 대비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되기 때문에 개별 종목별 실적 반등 가능성을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 제조업 종목들의 경우엔 유형자산이 많다. 순자산금액의 대다수가 유형자산, 부동산과 재고자산인데 이 내용을 잘 파악해야 한다. 때문에 향후 가치가 상승할 자산일지 판단해야 한다.

조선업과 건설업 등은 자산규모보다 현금흐름표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 장기수주산업의 경우 진행률 회계기준을 사용하기에 매출만 있고 현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반드시 현금이 얼마나 들어왔는지를 살펴야 하며 적정 현금보유량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 연구원은 "특히 이번 코로나사태는 일반 하락장세와는 조금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현금흐름이 끊기면서 시작된 위기이므로 현금흐름의 문제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가격과 내재가치의 괴리를 판단하는 지표인 PER나 PBR는 물론 ROIC(투자자본이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 등도 살펴야 한다.

◆성장주와 가치주 괴리율 증가 = 한편 성장주와 가치주의 괴리율이 증가하면서 비싼 종목은 비싸지고, 싼 종목은 값이 싸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정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 내 PBR 상·하위 10% 종목들의 수익률 백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이들 종목의 성과가 엇갈린 시점은 2015년부터"라며 "지난해 12월부터 성장주와 가치주의 괴리율은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도 비싼 종목들이 프리미엄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은행, 유틸리티, 필수소비재의 밸류에이션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시장 전체 위험이 불거졌을 때, 하방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마냥 싸기 보다는 기존에 추세를 형성 했었고 최근에 주가 조정이 일어났던 IT,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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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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