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사각지대 … 확진판정 속출

서울시 "권고 이행 않으면 영업 금지"

확진자가 100여명이나 쏟아진 구로 콜센터 사태로 또다른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거리두기 사각지대' 관리가 감염병 대응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1일 "서울 구로 콜센터와 같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노래방·PC방·클럽·스포츠센터·학원 등 사업장을 별도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제조치도 언급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사업장에 대한 강제 조치, 예컨대 영업정지 등은 각 부처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며 "영업정지까지 가진 않더라도 감염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를 통해 유사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콜센터 25곳 전수조사 … 재택·교대근무 추진 |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을 계기로 인천시가 지역 콜센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근무환경 개선에도 착수했다. 사진은 11일 120미추홀콜센터를 점검하는 박남춘 인천시장. 사진 인천시 제공


이에 따라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관리지침을 마련하게 된다.

보건당국이 긴급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권고'만으로는 거리두기 실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로 콜센터 대형 감염에 이어 대구 신한카드 콜센터, 대구 삼성전자 콜센터 등 유사 사례가 속출했다.

거리두기 사각지대인 PC방, 동전노래방 등에서도 확진자 발생이 이어졌다. 집단감염 우려가 높은 다중밀집시설 전체로 방역 전장이 확대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서울시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박원순 시장은 "위험이 증대된다고 생각할 때는 얼마든지 폐쇄 행정명령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래방이나 PC방 같은 사업장에 영업 중단을 권고하되 상황에 따라 영업금지 명령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도 적극적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m 거리두기 등 조건을 지키지 않을 경우 종교시설 집회 제한 명령을 발동하겠다고 했다.

거리두기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는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집단감염은 예고된 인재"라며 "수익 논리를 넘어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 등 취약한 근무 환경 개선에 회사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콜센터의 운영 체계를 문제로 지적했다. 콜센터는 대부분 외주로 운영된다. 직원들에 따르면 모 회사에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해도 외주사에 물어보라는 등 책임을 돌린다. 이윤선 서비스연맹 콜센터지부장은 "원청이 더 많이 책임져야 한다. 의심스러우면 자가격리를 시키고 휴업수당을 줘야 한다"며 "공공기관부터 콜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사례를 민간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거리두기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개별 사업장은 생계가 달린데다 찾아오는 손님을 내치기도 어렵다. 행정당국 강경 조치와 아울러 개인, 민간의 적극적 참여가 절실한 이유다.

특히 개학 연기로 공백이 커진 학생들 관리가 문제로 지적된다. 인천의 경우 학원·교습소 5528곳 중 1224곳(22.5%)만 문을 닫았다. 광주는 4761곳 중 9.6%(453곳)만 휴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은 경영난 호소와 학부모들 요청이 겹쳐 휴원율이 되레 하락했다.

일각에선 정치권과 공공의 모범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방역을 앞장서 담당하고 있지만 공공기관 재택 근무 비율은 민간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매일 근무 성과를 보고해야 하는 등 재택근무 조건이 까다로워 서로 기피한다는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11일 구미에서는 모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지지자들과 출정식을 가져 눈총을 샀다. 선거여론조사 사무소, 후보 사무실 등은 후보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인파와 운동원들이 쉴새없이 드나든다. 자치구 한 관계자는 "영업정지 등 강경 조치 이전에 공공기관과 정치권이 거리두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서로 자기 일이 중요하다고 거리두기를 소홀히 한다면 민간 참여를 설득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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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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