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도입취지엔 동의

이철우, 일부 제한적 수용

영세상공인과 일용직 근로자들의 긴급 구휼책으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두고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논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구시와 경북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기본적으로 재난기본소득제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지에 대해서는 고개를 흔든다. 당장 코로나19 강타로 생존위기에 몰린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앞장서 도입을 주장하고 싶지만 전국민 상대로 확대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또 소속정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당론도 신경쓰이는 눈치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의 도입제안에 이어 김승수 전주시장은 올해 추경예산에 250억원을 편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정작 코로나19사태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대구시와 경북도는 긴급자금의 지원방식과 범위를 두고 애매한 주장만 거듭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도입 취지에 동의하는 수준을 넘어 환영한다면서도 도입방식과 지원금에 대한 표현을 달리 했다. 권 시장은 11일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도입 취지에 동의하고, 적극 환영한다"며 "다만 여·야 정쟁으로 무산되거나 선거용 '립서비스'로 끝난다면 대구시민들의 가슴에 큰 실망과 좌절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론 "여야정치권과 정부에 대구·경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주고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선정된 대구·경산·청도에 대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생계자금'과 생활밀착형 자영업에 대한 '긴급생존자금'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권 시장은 지난 9일에는 "시 재정이 허락한다면 대구지역 전체 시민에게 재난 위로금과 보상금을 주고 싶다"며 "전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방안에 심적으로 동의하나 국가 재정이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11일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제가 과연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능할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특별재난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검토해 볼만하지만 아주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어정쩡한 입장과 달리 코로나19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남도와 경기도 서울시 등은 재난기본소득제로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지원해 생계와 생존을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재명 김경수 박원순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앞장섰고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은 10일 취약계층 1인당 50만원씩 5만명에게 25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민주당 '코로나19' 대구·경북 재난안전특별위원회도 재난기본소득 도입 등을 주장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1일 대구를 방문, 대구경북 민생재난 극복을 위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심상정 대표는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것은 51조나 들기 때문에 정치적 합의도 어렵고 국민들이 수용할지도 걱정"이라며 "대안으로 우선 코로나19 민생피해가 가장 극심한 대구·경북에 5조1000억원을 지급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난기본소득은 정쟁의 대상도,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고 벼랑 끝에 내몰려있는 피해서민들의 목숨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심대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도 재난기본소득 도입에 반대만 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당장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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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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