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200만 이상 부채만 670조원 넘어

코로나19로 경영악화 '줄도산' 우려

신보에 2조 투입하면 20조 규모 '안전망'

여당이 12일 6조3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 증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 규모는 11조7000억원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기획재정부는 버티는 형국이다. '당정 갈등설'까지 나온다.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국회가 대규모로 증액하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따른 피해와 경기위축 가능성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대책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20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들이 67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채 등은 제외한 액수다. 1인당 4억원에 육박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확산으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들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는 '연쇄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안전망 확보'가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건복지위, 코로나19 추경안 가결 | 김세연 위원장이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추경안을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나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대책이 미흡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지원 규모를 더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재정건전성이 우려된다면 소비쿠폰 등과 같은 저인망식 보조예산은 줄이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취약계층에 집중예산을 투입하는 '핀셋처방'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회 상임위서 6조 증액 = 13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총 6조원대의 추경 증액안을 합의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임위에서 심사한 증액 규모가 약 6조3000억~6조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데 최소한 이 정도의 증액은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가장 많은 증액이 추진되는 곳은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예산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정부안에서 3조3039억원 증액에 합의했다. 소상공인경영안정자금은 정부안(9200억원)에서 2조8800억원을 증액했다.

보건복지부 소관 추경액도 정부안보다 대폭 상향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제출한 복지부 소관 추경액은 2조9671억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안보다 1조6208억원 증액한 4조5879억원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아동양육 한시지원 사업의 증액 규모가 1조2117억원으로 가장 많다. 정부안은 만 7세 미만인 아동수당 대상자에게 월 10만원의 상품권 4개월분을 지급하는 것이다. 복지위는 상품권 지급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확대했다.

복지위는 저소득층 한시 생활지원 사업도 3160억원 증액했다. 정부안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 등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개월 동안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예산규모는 8505억원이다. 지급대상을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하기 위한 증액이다.

◆기재부 동의해야 증액 =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사업은 정부안 대비 7125억원의 증액이 상임위에서 합의됐다. 정부안에 없던 소상공인 전기요금 긴급지원사업(4467억원)이 추가된 게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은 지역고용대응특별지원 사업 등 6100억원의 증액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은행 출자를 위해 일반회계에서 1974억원의 증액을 합의했다. 교육부 소관 사업은 유치원 운영 긴급지원(488억원), 학교 열화상카메라 설치 지원(294억원), 경북대병원 지원(92억원) 등 총 1355억원의 증액이 합의됐다.

하지만 추경이 여당의 바람대로 6조원 이상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야당이 추경 증액에 동의하더라도,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오는 17일까지 지원 대상과 구체적 범위, 방법 등에 완전히 합의해야 한다. 야당은 11조7000억원의 기존 추경안을 심사하면서도 "코로나 사태와 관련 없는 선심성 대책이 섞여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동의 여부도 변수다. 기재부는 현재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지나친 증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 35조는 "부득이한 사유로 정부 예산안을 수정할 때에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은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명시, 정부 차원의 동의를 전제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8차례 추경 중 국회를 거치면서 예산 총액이 늘어난 경우는 없었다.

◆200만 '부채 자영업자' 뇌관 = 하지만 이런 추경 증액규모나 방식으로는 자영업자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전체 자영업자 대출은 670조6000억원이다. 빚 있는 자영업자 수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나마 사채나 어음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금융 대출은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이들이 코로나19 사태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파장이 금융시장(대출기관), 부동산시장(담보)으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빚 있는 자영업자들의 '줄도산'에 대비해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정부가 추경 예산을 신용보증기금(신보)과 지역신용보증기금에 투입하는 방안이다. 정부가 신보에 예산을 출연하면 신보는 해당 출연금의 10배를 운용배수로 보증을 지원한다. 정부가 신보에 1조원을 넣으면 신보의 보증을 토대로 시중은행들은 10조원 규모의 대출을 할 수 있다. 정부가 2조~3조원만 투입해도 신보는 20조~30조 원의 대출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자영업자에 대한 충분한 자금 공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정부가 추경안에 반영한 이 자금은 960억원에 불과하고 이번 논의과정에서 증액한 규모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특히 신용평가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지역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을 크게 늘리고 심사절차도 신속히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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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이경기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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