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접수사례 등

부당약관 여부 심사

무효·수정 요구 방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식·예식업 등 취소 위약금 분쟁이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의 약관이 소비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당초 공정위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당사자간 계약(약관, 계약내용)이 우선해 직접 나서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관련 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서 진일보한 셈이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약금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 집중 대응반'을 구성해 대응하기로 했다.

◆소비자에 불리하면 '부당약관' = 공정위가 꺼내든 카드는 '약관법 심사'다. 공정거래법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약관이나 계약이 지나치게 소비자에게 불리할 경우에는 공정위에게 이를 심사할 권한을 주고 있다. 공정위가 부당약관이라고 판단하면 약관 조항은 무효가 되고 공정위는 수정 또는 삭제를 지시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를 근거로 추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16일 "예식·음식업 관련 업계의 약관상황을 점검해보니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비교해 소비자에게 매우 불리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우선 업계에 자율시정을 권고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 산하 '1372 소비자상담센터'나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코로나19 위약금 관련 상담 및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약관법 위반 가능성이 큰 사례들이 많다.

◆행사 2달 전 취소에도 위약금 요구 = 경남 창원에 사는 ㄱ씨는 작년 11월 말 자녀 돌잔치(올해 4월 말) 서비스를 계약했지만, 대구에 사는 시댁 식구들이 참석할 경우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 2월 말 취소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사업자는 취소 사유를 인정하지 않고 행사 총액의 50%를 위약금으로 요구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1개월 이전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까지 환불해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서울 거주 ㄴ씨는 지난해 11월 2일 결혼 예식(올해 4월 25일) 서비스 계약 후 코로나19 사태로 2월 25일 사업자에게 일정 취소 또는 연기를 문의했다. 사업자는 취소할 경우 총 예식비용의 20%를 위약금으로, 날짜만 변경할 때도 취소 수수료를 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60일 전까지 취소하면 위약금은 총비용의 10%뿐이다.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은 = 이처럼 공정위가 약관심사까지 예고한 것은, 돌잔치 등 연회 관련 업체 상당수가 너무 높은 수준의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어 약관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현재 연회 업계의 위약금 약관 조항은 대체로 행사일까지 남은 기간과 관계없이 계약 후 7일이 지난 뒤 계약을 해지하면 계약금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 위약금도 △행사 90일 전 해약 시 총 이용금액의 10% △30일 전 30% △15일 전 50% △7일 전 100%를 물리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고시인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연회시설 운영업)은 예정일로부터 1개월 이전 계약을 해지한 경우 계약금을 전액 환불해줄 것을 규정하고 있다. 7일 이전 해약하면 계약금만 위약금으로, 7일 이후 해약할 경우 계약금 및 총 이용금액의 10%만을 위약금으로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예식업체의 경우에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예식일 90일 전까지 취소 시 계약금 전액 환불 △60일 전까지 취소 시 총비용의 10%(계약금) 위약금 △30일 전까지 취소 시 20% 위약금 △그 이하 기간 취소 시 35% 위약금을 규정하고 있다.

이태휘 과장은 "한국소비자원 등에 접수된 사례 등을 중심으로 공정위가 문제 업체의 약관들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위약금 등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소비자가 직접 공정위에 해당 업체의 약관심사를 신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약금 상담만 1만5천건 =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위약금 분쟁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피해 집중 대응반'을 구성해 대응한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 20일부터 3월 10일까지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주요 5개 업종 관련 위약금 상담은 1만5682건으로 전년 동기(1926건)보다 8.1배 증가했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사례도 늘었다. 같은 기간 소비자 상담 이후 당사자 간 처리가 어렵다며 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사례는 680건이었다.

소비자원은 2월부터 전담 피해 구제팀을 기존 1개에서 2개로 늘리고 상담 내용과 피해 구제 동향을 매일 분석해 유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유하는 등 신속 대응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됨에 따라 16일부터는 집중 대응반을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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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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