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제출연기 논의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영국은 기업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을 재무보고에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6일 영국 매체인 스카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회계감사규제당국인 재무보고위원회(FRC)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영향을 기업공시에 포함시키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며 과거 브렉시트 사태 당시에도 과거 비슷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FRC는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기업들에게 브렉시트와 관련된 재무리스크를 공시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주요 회계법인들과 기업의 감사보고서 제출을 연기할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같은 논의는 주로 중국에 대형 영업을 하거나 지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에 집중돼 있지만 유럽지역에 코로나 감염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

스카이뉴스는 코로나 위기가 기업 재무상태표(B/S)를 검사할 감사인의 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FRC가 경고등을 켰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데이터 보호법에 따라 기업 감사의 원격근무가 허용되지 않고 중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해당 법은 감사조서가 중국 영토를 벗어나거나 온라인에서 확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발발 이후 중국으로의 해외출장이 제한되면서 외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감사인이 몇 달 동안 중국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에 자회사를 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을 연기해주기로 했으며 이달 18일까지 신청을 받고 있다.

영국 FRC도 법정제출 기한을 넘길 것 같은 감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것을 회계법인에 요청했다.

FRC는 코로나에 대응하면서 회계계법인과 상장기업이 어떻게 관련 업무를 수행할 것인지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가지 안은 중국 지사에 대한 별도의 감사인을 임시로 선임하는 것이다. FRC의 감사 책임자인 마크 베닝턴은 "그룹 감사인이 감사를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지에 대해 대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감사업무가 제 시간에 충분히 수행되지 못함에 따라, 감사인이 일부 기업에 대해 '계속기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 47개국에서는 확진자가 4만3000명을 넘어섰고 1700여명이 사망했다. 영국에서는 하루에 확진자가 300여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 속도가 가파른 상황이다. 실물경제에 미친 타격은 금융시장으로 번지면서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기기 제조업체인 JCB는 이미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급망에 미친 영향으로 인해 영국 공장의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는 2월초 중국 본토에 있는 64개 매장 중 1/3에 대해 휴점 명령을 받았다. 버버리 최고책임자인 마르코 고베티는 "중국에서의 코로나19 발발이 명품 제품 소비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더 지속될 지 현재로서는 예측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국 100대 상장기업(FTSE 100) 중의 하나인 전시그룹인 리드 엘제비어(Relx)는 중국에서 기획하고 있던 행사들을 상당부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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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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