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에 미국이 곳곳에서 문을 닫으며 미국인들의 일상도 깨지고 있다. 미국이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확대해 유럽 28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외국인들의 미국입국을 금지하자 미국 내 13곳의 국제공항은 서둘러 귀국하는 미국인들과 다른 지역 입국자들까지 정밀 의료검사를 받으면서 수시간 지연사태 등으로 대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코로나19 검사서 음성 판정│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미 전역에 퍼진 코로나19 공포 = 코로나19가 이제는 미 전역에 퍼져 사망자와 확진자들이 연일 늘어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대유행)으로 공식 선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에는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자 다소 느긋해 하던 3억5000만명의 미국인들도 바짝 긴장하며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15일 현재 코로나19 미국내 사망자는 버지니아 뉴욕 루이지애나 오레건에서 첫 사망자가 발생해 모두 60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들은 웨스트버지니아 한곳만 보고되지 않았을 뿐 전국 49개주와 워싱턴DC로 번져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외국정치인들과 접촉해 우려를 불러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은 검사조차 거부하다 결국 검사를 받고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대통령 주치의가 문서로 공표했다. 하지만 미국 전염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미국내 코로나19 전염 사태가 아직도 최고조에 도달한 게 아니라며 최악의 사태가 곧 도래할 것으로 경고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인구 3억5000만명 가운데 1억5000만 내지 2억명까지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해 놓고 있다.

◆유럽 28개국 출발 외국인 입국 금지 = 미국은 이제 국제공항 입국장의 상당부분을 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입국 금지조치가 제외 됐던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확대됐다. 유럽지역 거의 모든 국가인 28개국을 출발한 외국인들의 미국입국이 앞으로 한 달간 금지된다. 전부, 무조건 금지되는 것은 아니고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은 물론 영국 아일랜드까지 포함해 유럽 28개국에서 체류한지 14일이 지나지 않은 외국인들의 미국입국 금지에 돌입한 것이다.

유럽지역에서 지난한해 미국에 도착한 외국인들은 무려 1570만명이었기 때문에 한 달에 15만명이나 미국 입국을 막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럽지역에 체류하던 미국시민권자, 미국영주권자, 그들의 배우자, 미성년자녀, 부모 등 직계가족 들은 미국귀환이 허용되고 있으며 워싱턴 덜레스와 뉴욕 존 에프 케네디, 시카고 오헤어,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정밀 의료검사와 격리시설이 완비된 13곳의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의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행 승객 검역 강화│1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설치된 미국행 항공기 승객 검역조사실에서 관계자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미국 내 국제공항 대혼란 = 미국이 유럽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입국이 허용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밀 의료 검사를 실시하기 시작해 국제공항이 대혼란에 빠졌다. 입국이 수시간씩 지연되는 것은 물론 긴 줄을 서고 있고 공항내 홀복도 등에서 현재의 건강 상태와 개인 병력 등을 묻는 연방관리의 질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항공편이 대폭 축소되고 승객들도 급감해 미국내 국제공항들은 비교적 한산했으나 유럽발 입국금지가 단행된 초기에는 대혼잡, 대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입국금지조치가 전격 단행되자 입국이 허용되고 있는 미국시민권자, 영주권자, 그들의 직계가족들까지 한꺼번에 귀환하느라 북새통이다. 유럽국가에서 체류해왔거나 여행 중이던 이들은 현재는 정밀 의료검사만 받으면 미국에 귀환할 수 있으나 언제 금지조치가 강화될지 몰라 서둘러 귀국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한국 등 다른 곳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까지 현재 미국 내 국제공항에서 수시간 연발착하거나 수시간을 대기해야 하고 정밀 의료검사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 전역 대부분 학교들 휴교령 = 미국 내 학교들이 대부분 휴교에 들어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메릴랜드 오하이오 워싱턴DC와 로스앤젤레스 등 대다수 주지역과 대도시 공립학교들이 주정부들의 일제 휴교령에 따라 2주 내지 3주씩 공립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들의 문을 닫고 있다. 메릴랜드와 오하이오주가 가장 먼저 주전체 공립학교들에 대해 2주와 3주 일제휴교령을 내린데 이어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버지니아 뉴욕 뉴저지 미시건 뉴멕시코 오레건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등 확산돼 2~3주 휴교에 돌입했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워싱턴주는 시애틀 지역 3개 카운티내 공립학교들에 대해 6주간이나 휴교에 들어갔다. 3월 14일 미 전역에서 실시될 예정이던 SAT시험(한국의 수능과 비슷)도 취소돼 수험생들을 당황시켰다. 각 대학들은 봄방학을 연장한데 이어 개학 후에도 4월초까지는 온라인 수업만 진행키로 했다.


◆주일예배, 선거전, 프로스포츠 등 취소 = 15일 주일예배는 성당이나 교회에서의 예배가 대부분 취소되고 온라인 예배로 대체됐다. 성도들이 많이 모이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될 위험이 높다는 판단 아래 추이를 지켜보던 교회들과 성당들이 WHO의 팬데믹 선언에 이어 미국의 국가비상사태 선포까지 나오자 교회내 예배를 취소하고 온라인예배로 대체한 것이다.

2020년 백악관행 레이스에도 직격탄을 가해 선거전의 방식을 바꿔 놓고 있다. 민주당의 백악관행 티켓을 놓고 겨루고 있는 조셉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유세 집회를 모두 취소했다. 온라인 유세나 문자,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으로 대신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경선투표일을 아예 3월 24일에서 5월 19일로, 루지애나는 4월 4일에서 6월 22일로 연기했다.

워싱턴DC에서 4월 4일 개최될 계획이던 전통 벚꽃축제 퍼레이드도 취소됐다. 이에 앞서 NBA 프로농구는 선수 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자 올시즌 전 경기를 중단했다.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NCAA 대학농구는 15일 시작하려던 전국 챔피언십 토너먼트를 취소했다. 각 지역별로 진행해온 컨퍼런스 경기들도 중단됐다.

MLS 프로 축구, NHL 프로 아이스 하키도 올시즌 경기를 전면 취소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었던 MLB 메이저리그 프로야구는 개막일을 최소 2주 연기했다. 4월 9일 시작하려던 올해 첫 메이저 프로골프인 매스터스 대회도 연기됐다.

◆서비스업 근로자 심각한 타격 =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직장들이 크게 늘면서 직장 근로자들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심지어 장기간 매장을 폐쇄하거나 시간을 단축하는 사업체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소비자들을 당황시키고 있다.

애플은 중국밖에 있는 매장 스토어들을 2주간 전면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애플 스토어는 2월 1일부터 중국내 매장을 전면 폐쇄했다가 다시 문을 열었으나 이제는 중국밖 매장들을 2주간 완전 문을 닫은 것이다. 애플은 그러나 매장 직원들에게는 봉급을 계속 지급할 것이며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1500만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4700개 매장 가운데 24시간 영업해온 2200개 매장의 오픈시간을 새벽 6시부터 밤 11시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불안을 느낀 미국인들은 대혼돈 현상을 겪고 있다.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수십분씩 줄을 서야 하는 대형 매장을 찾기 보다는 한적한 지역의 소규모 매장을 찾아 물과 식량 등 비상 식품을 구입해 놓으려 애쓰고 있다.

식당에 직접 가서 점심이나 저녁을 해결하는 대신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배달음식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버스나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전문가 권고에 따라 손세정제나 알코올 티슈를 갖고 다니며 손을 자주, 세심하게 씻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여행, 관광업에 이어 식당 등 소규모 서비스업을 운영해온 업주들과 그곳에서 일 해온 종업원들까지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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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