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예산 확대하고 어선복지공간도 확보

지난해 7월 출범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10만여척에 이르는(2019년 9만9915척) 선박을 검사하고, 160척에 이르는 연안여객선의 안전운항을 관리한다.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 2017년 12월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연승(53) 이사장은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조직이 확대·개편되면서 해양교통안전을 담당하는 신설 조직의 초대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이연승(오른쪽 세번째)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제주지역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역할은 커졌지만 이를 수행할 인력과 예산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이사장은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아니라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변한 이후 해상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두려움에 몸서리치기도 했다고 토로한 적 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 속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선박안전기술공단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8년 12월 국회에서 해양교통안전공단법이 통과된 이후 지난해 7월 출범까지 6개월간 새로운 공단의 신규사업 32개를 발굴했고, 그 이후엔 인력 60명과 예산 120억원을 추가확보했다. 올해 공단 정원은 521명, 예산은 550억원 규모로 늘었다. 공단조직도 해양사고예방센터 등 교통안전본부를 신설해 4본부ㆍ1연구원, 17실ㆍ2센터ㆍ5팀 체계로 개편했다.

그는 지난 6일 내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다"며 "나에게 주어진 역경이 내가 노력하고 있는 증거이고 나에게 주어진 기회"라고 말했다.

◆어선·여객선 관리체계 개선 = 이 이사장은 지금껏 당연시 돼 온 일들도 끊임없이 개선책을 찾고 있다. 그는 "선박검사 기준이, 어선의 경우 특히 안전보다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기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선박검사 기준을 안전과 더 많이 연관있는 쪽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를 위해 공단 안팎의 전문가 58명으로 기술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는 "불법증축이라 지적받는 것도 실제는 운항에서 안전을 담보하고 어선원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선박개조도 많다"며 "어선은 어업허가 톤수제한으로 공간이 부족해 어업인이 비를 맞고 갑판에서 식사하거나 허리조차 펼 수 없는 선원실에서 생활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공간을 확보하면서 톤수제한에 영향이 없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여객선 운항관리 업무도 고도화하고 있다. 70여명이던 운항관리자를 140여명까지 늘렸고, 출항전 점검과 여객선 운항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해군 등과 운항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체계도 갖췄다. 여객선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공단 파견지 운항관리사무소를 지난해 14개소 추가해 현재 34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해양정보를 통합 분석해 선박안전관리, 기술연구, 안전문화확산 등에 활용하는 해양교통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추진 중이다. 육상의 자동차 검사소와 같은 권역별 스마트 선박안전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장기적으로 해양교통안전 전문방송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해양수산 공공기관 여성기관장 문열어 = 이 이사장에겐 국내에서 최초의 여성 조선공학 박사, 해양수산부 산하 16개 공공기관장 중 유일한 여성,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최초의 여성기관장 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그는 여성이라는 편견을 의식하지 않았고, 여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일하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내가 설계한 선박의 시운전에 나가지 못 했던 경험이 있는데, 남성 엔지니어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 때문에 앞에 나가지 못 했다"면서도 "그런 고민들을 훨씬 앞섰던 것은 일에 대한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공과대에서 유학한 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할 때 연료경제선형을 설계하는 이론 시스템을 만들고 그 시스템으로 우수한 선형을 설계하고 제작했던 경험, 대우조선해양에서 관성적인 선박설계의 틀을 깨고 자동선형설계 시스템을 도입해 당시 세계 최고 속도성능의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형을 설계한 일, 해양풍력발전기 분야로 업무영역을 확대한 경험 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희열을 맛보게 했다.

["장보고 후예를 찾아서" 연재기사]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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