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금리·수백조 공급

"효과적 재정투입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불러온 세계적 경제위기의 조짐이 각국 중앙은행을 다시 전면에 나서게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선진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물론, 중국 인민은행과 한국은행도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사실상 무한대의 돈풀기에 나선 모양새다. 문제는 중앙은행의 돈풀기에도 이번 위기를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코로나19가 지난 주말을 경과하면서 유럽과 미국으로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16일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날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사실상 0%로 내리고,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에 나서기로 했다. 일본은행도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연 12조엔으로 두 배 늘리는 등 가용한 통화정책을 풀로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연준과 ECB, 일본은행 등 주요 6개 중앙은행은 기존의 '달러스왑협정'을 통해 전세계에 달러 유동성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다했다.

한국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0.50%p 인하해 역대 최저금리인 0.75%까지 내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경기 위축이 우려되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완화를 확대해 국내 실물경제에 대한 파급 영향을 줄이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내외 금융·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국 중앙은행이 사실상 무한대의 돈풀기에 나서고 앞으로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자금공급에 나설 예정이지만, 상황을 단기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찾아온 이번 위기의 성격이 당시와 크게 다른 점도 변수다. 금융시스템의 위기에 의한 단기적 신용경색을 풀면서 경기가 반등했던 당시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주요국의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상태여서 통화정책의 약발이 어느정도 먹혔지만 지금은 이미 장기간 저금리가 이어져 왔기 때문에 금리로 경기를 부양하기가 어려운 상태다. 실제로 한국은행만 하더라도 금융위기 초반인 2008년 10월 5.25%의 기준금리를 불과 4개월 만에 3.25%p를 낮춰 2.00%까지 인하함으로써 유동성을 일시적으로 확대해 경기를 살릴 여력이 있었다.

경제전문가들의 관측도 2008년과 같은 통화정책만으로는 이번 위기를 넘어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확장된 유동성이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려면 효과적인 재정정책으로 필요한 곳에 돈이 흘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급속한 소비위축으로 생산과 판매가 동반하락하면서 실물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과정에서 이를 방어하는 데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경고다.

유명 경제학자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금융위기 당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도입한 정책조합은 지금의 위협에 맞춰 디자인된 게 아니다"라면서 돈풀기의 한계를 지적했다. '헤지펀드 대부'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는 16일 SNS에서 "연준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면서 "이제는 연방정부의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7일 사설에서 "중앙은행이 잇따라 내놓은 금융완화에 더해서 이제는 정부도 재정지출의 확대를 구체화하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각국 정부의 재정투입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여세 인하를 들고 나왔다. 소득세의 일종인 급여세 인하를 통해서 근로자의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이다.

일본 아베정부도 다음달 정부가 아이를 키우는 가정마다 30만원 이상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도 이른바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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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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