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공황, 스스로 외출 안해

버스·지하철 감차운행에도 빈차

최근 한달 동안 대구시의 모든 교통수단은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대중교통이지만 이용하는 대중은 없었다. 일부 시민들만 이용했다. 도시 교통약자의 발 역할을 하는 버스와 지하철은 거의 빈차로 운행했다. 대구 최대 관문인 동대구역도 텅 비었다. KTX도 평소 승객의 10%도 못 채우고 달렸다. 사실상 모든 교통수단이 승무원 '나홀로 운행'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환자(31번·신천지 신자)가 나온 이후 최근 한달 동안 대구의 주요 교통수단 이용객 현황이 이를 여실히 증명했다.

코로나19가 대구지역에 확산된지 한 달 동안 도시 전체가 멈춰섰다. 사진은 출퇴근 시간인데도 썰렁한 동대구역. 대구 최세호 기자


240만 시민의 70%이상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스스로 이동을 자제했다. 불필요한 외출을 극도로 자제하고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대구 최대 관문인 동대구역은 봉쇄된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동대구역은 더 이상 대구의 관문이 아니었다. 동대구역에서 서울과 부산 등을 오가는 KTX는 하루 최대 6만여명을 실어 날았으나 최근 한달 동안은 늘 빈차나 다름 없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속도로 확산된 지난 1개월 동안 동대구역 이용객은 90% 이상 줄었다. 대구로 오거나 떠나는 이용객도 자취를 감추었다.

2004년 4월 KTX가 개통하면서 대구의 최대 관문이 된 동대구역은 주말과 평일을 구분 할 수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이었다.

코레일 대구본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KTX 이용객(동대구역 승차와 하차객)은 8만5679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객이 최소 2만명 이상에서 6만여명에 달했으나 최근 한달 동안에는 2000여명에서 50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 1일은 일요일인데도 하루 2909명이 이용하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해 3월 1일에는 4만3863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월 25일~3월 17일)의 이용객은 70만2312명이었다. KTX이용객이 줄어들자 역사내 각종 상점과 식당도 1개월 이상 문을 닫았다.

코레일 대구본부 관계자는 "평소 가장 붐비는 역사중 하나가 동대구역인데 최근에는 한달째 사람구경하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지하철도 30%정도만 승객을 태워 운행했다. 지난해 대비 70%이상 승객이 줄었다. 초중고와 대학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이용은 90~95% 정도 감소했고 노약자 등의 무임 승객도 76%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심각단계가 발동됐던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지하철 이용객은 11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6만3000명에 비해 34만5000명(74.5%)이 감소했다. 공무원과 직장인 등 사회구성원의 약 30%도 안되는 시민만 이용한 셈이다.

시내버스의 이용객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대구시내버스 이용객도 최근 한달동안 최대 73%까지 감소했다.

대구 최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18일의 이용객은 55만1000명이었으나 같은 달 29일에는 9만명으로 감소했고 이달 8일에도 10만9000명에 머물렀다. 대구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두자리 이하 증가로 떨어진 지난 12일 이후에도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 당일의 절반정도인 25만5000명선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시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필수 시민과 직장인 등만 이동했다고 보면 된다"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함에 따라 시민들은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 봉쇄하며 대구 안에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친 것이 각종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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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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