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두 "뼈 깎는 각오로 경계태세 확립" 당부

각 군에 지휘서신도

"작전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

군 안팎에서 자주 언급되는 오래된 금언이다. 경계태세의 중요성이 그만큼 엄중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북한의 목선 동해 입항으로 큰 홍역을 치른 군에서 최근 제주해군기지와 육군수도방위사령부 등에서 민간인 무단침입으로 경계태세가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하는 정경두 장관│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관련 두 번째 긴급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선 사건이 발생한 지 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또다시 경계태세의 큰 허점이 드러나면서 그간 군 당국의 개선 노력마저 의심받게 됐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7일 오후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다시 각 군에 지휘서신을 보내 뼈를 깎는 경계태세 확립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 장관이 17일 오후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심승섭 해군·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참석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지난해 북한 소형목선 상황 발생 후 다시는 경계태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해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여기 모인 군 수뇌부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가운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계 작전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보완하고 작전 기강을 확립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은 △기지 및 주둔지에 설치된 감시장비 등 제반 경계 작전 시설·장비점검 및 보완 △경계 작전병력 운영의 최적화·효율화 △주기적인 상황 보고 및 초동조치 체계 점검 및 훈련 △장병 대상 정신적 대비태세 확립 등을 각급 제대 지휘관들에게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정 장관은 주요 지휘관 회의 직후 각 군에 보낸 '지휘서신 10호'를 통해 "뼈를 깎아내는 고통을 각오하고 빈틈없는 경계작전 태세를 갖춰달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은 지휘서신에서 "경계 작전은 우리 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기본이 흔들림 없이 튼튼해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다"면서 이같이 당부했다.

정 장관은 "경계 작전 병력과 장비의 운용을 최적·효율화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면서 "아무리 고성능의 과학화된 감시장비가 설치되어 있더라도 결국초병·상황병·감시병 등 현행작전 병력이 상황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휘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직접 경계 작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 보면서 보완요소를 찾고 경계력 보강을 위한 선제적인 조처를 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시설과 장비에 부족함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 추진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장관은 "누구라도 현행 경계 작전 수행체계를 엄수하지 않거나, 위태롭게 할 경우에는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처리해 주길 바란다"면서 "완벽한 군사대비 태세 유지를 위한 우리 군의 약속과 다짐이 더는 허언이 되지 않도록 부여된 임무 완수에 매진해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정 장관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장병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군의 군사대비 태세와 경계 작전에는 한 치의 오차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면서 "더는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작전 기강과 현행 경계작전 태세를 확립해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에서는 올 들어서만 3건의 기지·진지 민간인 무단 침입이 확인됐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중대급 방공진지에서는 산나물을 캐러 산에 오른 민간인 A(57)씨가 술에 취한 채 울타리 아래 땅을 파고 진지 안으로 침입해 1시간가량 머물다 발견됐고, 지난 7일에는 민간이 2명이 제주 해군기지 철조망을 절단하고 들어와 2시간 가까이 기지 안을 배회했다.

또 지난 1월 3일에는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B(73)씨가 허가 없이 들어와 1시간 30분가량 기지를 돌아다녔지만 B씨는 위병소를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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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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