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컬럼비아대 신경생물학 조지프 D. 터윌리거 교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휘젓고 있다. 글로벌 경제, 그리고 기본적 사회구조를 와해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전 세계 정치인과 전문가들은 비난의 손가락을 겨눌 범인을 찾고 있다.

이런 패턴은 예상한 대로다. 미국 정가는 중국을, 중국 지도부는 미국을 비난한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은 공화당을, 공화당은 민주당을 비난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범은? 미 컬럼비아대 신경생물학 교수인 조지프 D. 터윌리거는 17일 '아시아타임스' 기고에서 "만약 범인을 찾으려면 대자연(Mother Nature)과 글로벌화의 거센 물결을 봐야 한다"며 "그러니 서로에게 향한 손가락질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 중심의 한 공원에서 시민들이 도심의 자연을 즐기고 있다. 사진 dpa=연합뉴스


피할 수 없는 바이러스

터윌리거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진화의 정상적 과정에서 예측가능한 결과다. 정치보다 훨씬 압도적인 힘을 지닌 게진화다. 인류사에서 지난 100년 동안은 전염병을 통제한 유일한 시기다. 핵심 요인은 서구세계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극적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는 정도가 덜하지만 항생제와 백신, 항바이러스제가 발명된 것도 나름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기타 병원균 역시 진화의 과정을 겪는다. 인간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그같은 미생물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무작위 변형을 한다. 그래서 환경에 적응한다. 진화는 너무나 거대한 힘이다. 환경이 변할 때 모든 유기체가 적응하고 생존하도록 돕는 게 진화다. 돌연변이는 진화에 동력을 공급하는 엔진이다.

이는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등장하는 이유다. 항생제 오남용이 있는 환경에서 무작위 변형하면서다.

근래 인류는 위험한 바이러스를 많이 경험했다. 중국발 바이러스인 경우가 잦았다. 왜 중국일까. 많은 요인이 있지만 인구밀도, 서구에 비해 기준 이하인 위생상태, 환경, 급격한 경제발전이 그 이유다.

10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전 세계로 퍼지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중국의 급격한 경제발전, 중국에서 전 세계로 촘촘히 이어지는 국제항공노선으로 새로운 병원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한다. 코로나19가 그렇다.

자연적 돌연변이

모든 생물체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는 언제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때로 이런 무작위 돌연변이는 전염성이나 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독성은 일반적으로 병원균 스스로에 불리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강한 독성으로 숙주를 죽이는 건 자살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숙주가 죽기 전 옮겨갈 수 있는 다른 숙주가 없다면, 새롭게 변형된 치명적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이다.

인구밀도가 희박한 지역에서 독성이 강한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생겨나면, 쉽사리 확산하지 않는다. 이는 언제나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병원균 돌연변이는 아프리카, 그리고 개발도상국들 중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늘 발생한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전 세계 나머지 지역과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질병은 발병지역에서 지리적으로 쉽게 봉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의 인구밀집지역을 집어삼켰지만, 결국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발병 지역 중심으로 봉쇄됐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그리고 전 세계가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불가피하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진화가 작동하는 단순한 논리다. 인류가 대응조치를 개발하면 할수록, 돌연변이 과정은 계속 이뤄진다.

열대지역 풍토병은 주로 매개곤충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기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다 온화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15~2016년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 지역에서 급속히 확산됐지만, 대개 매개곤충인 숲모기 서식지와 겹치는 지역으로 제한됐다.

중국이라는 구심점

하지만 중국은 유럽이나 미국과 비슷한 기후, 지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생한 돌연변이 균은 서구에 대재앙을 일으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일단 중국 국민 사이에 바이러스가 확산될 '임계량'(critical mass)에 도달할 경우, 중국과 전 세계의 연결성으로 바이러스는 쉽게 그리고 빨리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14억40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인구는 거대하다. 유럽과 북미, 호주, 한국과 일본의 인구를 합한 것과 비슷하다. 인구밀도는 미국과 유럽의 4배 정도다.

대개 중국 도시들은 밀도가 높다. 감염시킬 숙주가 널리고 널렸다. 독성이 높은 바이러스도 뿌리 내릴 수 있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많은 팬데믹이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건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비난할 수는 없다. 확실한 건 글로벌화의 지속이 중국 발생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급속히 확산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부는 뭘 해야 하나

새로운 변종 병원균의 등장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유전자의 극소효과를 연구하는 데 인적 물적 자원을 과도하게 투자한다. 대개 서구 세계에서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만성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자원이 유한한 세계다. 극소효과 등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인류의 실제 적인 미세 바이러스 군단에 대한 관심은 뒤로 밀린다.

터윌리거 교수는 "과장되고 목적이 불분명한 '올 오브 어스'(All of Us)와 같은 빅데이터 유전체 프로젝트 대신, 각국은 심각한 전염병 연구와 대비에 보건의료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을 쏟아야 한다"며 "그래야 다음 번에 닥칠 전염병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것"이라며 "지난 100년처럼 인간이 병원체보다 우위에 선 것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으리라 가정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종종 내가 증손자보다 오래 사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는 많은 전염병에 대처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각종 병원균이 인간의 대응법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자연은 늘 균형으로 되돌아가려 한다. 인구과잉은 질병을 낳는다. 글로벌 연계성은 질병의 확산을 돕는다. 이런 조건 속에서 인류는 미생물이라는 적군을 계속 지배하기 위해 싸우면서도, 균형으로 돌아가려는 자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이 싸움은 전 세계의 관심과 자원을 요한다.

비난의 손가락질 멈춰야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는 건강한 노동인구 절대다수에는 온순한 증상을 나타내거나 아예 증상이 없다. 하지만 노약자와 접촉한다면, 이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젊은 인구층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

터윌리거 교수는 "점차 글로벌화하는 세계에서 치명적인 병원균은 불가피하게 계속 등장하고 확산할 것"이라며 "전 세계는 '공공 보건의료 시스템'에 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중국은 자신에게 가장 먼저 일어난 불행한 사태를 매우 효과적이고 책임감 있게 다뤘다"면서도 "하지만 대응법이 완벽했다는 건 아니다. 중국과 전 세계는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왜 이런 상황이 왔는지를 놓고 서로를 비난하는 걸 멈춰야 한다. 서로 연관된 글로벌 세계에서, 여행으로 연계되고 무역으로 부유해지는 세계에서, 우리는 함께 협력하는 것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며 "정치적으로 싸우며 희생양을 찾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질병 관리, 위기 관리, 그리고 미래의 연구개발이라는 핵심 과제를 외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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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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