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용품도 부족한 곳에 아이들 모아 … 가정 분산 등 사회·제도적 노력 절실

정부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초·중·고교의 휴원과 개학을 4월 6일로 연기함에 따라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등의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긴급돌봄교실도 운영기간이 연장됐다. 하지만 의료계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긴급돌봄교실이 자칫 집단감염의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처음 개학을 연기한 지난 2일부터 긴급돌봄을 제공하고 있지만 신청률이 기대보다 낮은 것도 부모들의 감염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유은혜 부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해 개학일을 4월 6일로 추가 연기한다"며 "긴급휴업 중 긴급돌봄교실은 예정대로 운영하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돌봄교실서 공부하는 학생 | 교육부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2주일 더 연기한다고 발표한 17일 대전 노은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과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교육부에 따르면 추가 휴업기간 중 긴급돌봄은 기존과 같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제공된다. 나아가 교육공무직을 추가 배치해 돌봄인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이러닝(온라인 쌍방 교육) 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긴급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2534억원을 긴급돌봄 등에 우선 활용하도록 시도교육청과도 협의할 예정이다. 어린이집의 긴급보육도 기존과 같은 종일보육(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으로 시행된다. 또 돌봄 중 감염예방을 위해 하루 두 번 이상 아동과 보육교사의 발열 체크를 의무화하는 등 방역조치도 강화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긴급돌봄 위주 대책에 학부모와 돌봄 전담사들의 반응은 '글쎄요'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개학을 연기한 상황에서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는 돌봄교실 이용이 오히려 위험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 6∼9일 벌인 긴급돌봄 3차 수요조사에서도 전국 초등생의 2.2%(6만490명)만이 신청했다. 신청자 중 실제 이용자는 절반 정도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등돌봄 전담사와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218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돌봄교실 중에는 위생용품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곳이 많았다. 교실에 소독제·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이 제대로 비치됐다는 응답률은 62.8%에 그쳤다. 비치됐지만 마스크가 부족하다(18%)거나 소독제만 비치됐다(12.4%), 비치되지 않았다(3.4%) 같은 답변이 뒤를 이었다. '돌봄전담사에게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는다(50.7%)거나 '지급되지만 부족하다'(15.5%)는 응답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무증상 감염자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학생 가족이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감염자가 많은 지역을 방문했더라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도교육청이 보건당국의 도움을 받아 학부모와 학생이 확진자이거나 의심환자인 경우 파악하고 있지만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경우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한 방법인 발열체크 결과로 학생을 돌려보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4.9%에 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추가경정예산의 일부를 긴급돌봄 운영과 안전확보에 추가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경남지역 초등학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한 초등 돌봄전담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현재 국내 모든 초중고 학교의 개학 연기가 내려온 것은 최소한 위험에 취약한 아이들만이라도 코로나19 감염에서 피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학교는 휴업했는데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것은 어떤 뜻인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돌봄교실은 전염병이 알아서 아이들을 피해 가는 무균실 같은 안전지대가 아니다"면서 "전염병 창궐시 아이들을 한 곳에 모아 놓는 것은 가장 피해야 할 악수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현장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긴급돌봄 확대가 아니라 국회와 정부가 자녀 안전을 가정이 돌볼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보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교육공무직본부는 "현재 가족돌봄휴가제는 하루 단위 무급으로 사용하게끔 돼있어 학부모 입장에선 충분치 않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보다 확대된 아이돌봄 휴가제를 긴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정부는 가족돌봄휴가 이용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개학 시기가 계속 미뤄지면서 이미 다 사용했거나 무급휴가로 인한 수입 감소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부담을 느끼는 학부모도 많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 상황 종료시까지 무급휴가인 돌봄휴가에 1인당 5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대 5일까지다. 이마저도 주휴수당이 사라지는 등 소득이 줄 수밖에 없어 한부모가정과 저소득층의 경우 그림의 떡이다.

서울에 거주하며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있는 맞벌이 엄마 김 모씨는 "돌봄교실 신청은 했지만 등교시키진 않았다"며 "학교에서 철저히 관리한다고 하지만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이을 보내는게 영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남편과 나의 휴가를 다 소진했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용균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코로나19 확산이 갑작스런 상황이다보니 충분한 연구가 없지만 신종플루 등의 경험에 비춰보면 돌봄교실과 같이 학생이 모이는 곳이 바이러스가 모였다 곳곳으로 전파되는 저수지 역할을 할 개연성이 크다"면서 "근본적으로는 감염병 위기상황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학생들을 가정에 분산시키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돌봄교실을 택한 부모들의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한 경우"라면서 "결국 정부의 노력과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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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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