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 교대근무 뒤늦게 실시

지자체는 인력부족 "꿈도 못 꿔"

정부 원청 콜센터 관리 비상

#장면 1.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내 해양수산부는 18일 적막감이 흘렀다. 790여명 가운데 290여명이 자가격리 중이고 절반 가량만 업무에 복귀했다. 문성혁 장관도 24일까지 관사에서 근무한다. 국무위원 중 첫 사례다. 17일 다시 추가 확진자가 나오면서 긴장감은 여전하다. 해수부 내 확진자는 모두 28명으로 늘었다.

16일부터 전 중앙부처가 3교대에 들어갔다.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필수요원인 국장 과장을 빼고 3교대를 실시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언제쯤 날 수 있을까 |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 인천 연합뉴스


#장면 2.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중앙 현관. 열화상기와 손소독기가 비치돼 있어 출입자를 통제하고 있다. 다른 출입구는 임시폐쇄됐다. 공무원들은 지쳐 보였다. 하루종일 마스크를 쓸 수 없어 근무 중에는 사실상 반쯤 벗고 있다가 외출할 때 쓴다. 교대근무는 인력이 부족해 꿈도 못 꾼다고 했다. 경남은 16일까지 닷새째 추가 확진자가 없다가 이탈리아 여행자 한 명이 추가됐다고 17일 발표했다.

#장면 3. 대구시청. 전체 직원 2000여명. 교대근무, 공직사회 거리두기에 대해 묻자 "배부른 중앙부처 얘기다. 생활치료센터 들어가 있는 수 천명 밥배달, 담배, 약, 과자 등 잔 심부름하기도 바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구는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거리와 상점은 여전히 '텅 빈' 도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대구 및 경북 청도·경산·봉화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코로나19 해법으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종교시설, 콜센터, 노래방, PC방 등을 통해 지역사회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개학연기도 이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정작 공직사회는 이를 지키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해수부 공무원이 감염된 후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는 비상사태다. 재난사태의 콘트롤 타워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2일 뒤늦게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공무원 대상 유연근무 이행지침'을 중앙행정기관 55곳에 전달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 마저 자가격리자로 통보되는 등 허술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인력이 모자라 교대근무는 아예 생각지도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앞서 강조해 왔다. 하지만 서울시도 시차출퇴근제, 임신·육아 공무원 재택근무, 돌봄이 급한 공무원 특별휴가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대근무를 못하고 있다.

17일 현재 서울시와 자치구 직원 약 4만6000명 중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이는 한 명도 없다. 산하기관에서도 감염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교대근무, 재택근무 등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재택 근무가 쉽지 않은 것은 방역 1차 책임이 일선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국면에서 신천지 위장시설 전수조사, PC방·노래방 현장점검 등에 직원 수백명이 동시에 투입되는 등 발품 파는 일은 모두 지자체 몫이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 공무원이 집단감염 현장 등을 직접 다루기 때문에 (중앙부처에 비해) 긴장감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지자체 공무원들이 방역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만큼 감염자가 이제라도 나올까봐 조마조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북도는 초등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371명을 대상으로 돌봄 재택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에서 각 상황별 지침이 내려오지만 지역 사정과는 맞지 않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산콜센터 등도 부분 재택근무에 들어갔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국내 콜센터 최대 원청업체는 정부다. 건강보험공단 한전 국민연금공단 등 거의 모든 부처 산하기관들이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의 콜센터를 직영 또는 외주 형태로 운영 중이다. 구로콜센터 집단감염과 유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먼저 현황을 파악해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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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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