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슈로 '선택복지' '보편복지' 급부상 전망

"중도층 끌어안기 경쟁, 다른 공약 차별화 어려워"

각 정당들이 21대 총선공약을 발표했지만 차별화가 어려워 유권자 반응이 뜨겁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 뉴딜'(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금융수단 투입)의 일환인 재난기본소득을 놓고 여야간 대접전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적극적이고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래통합당에서는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최소화'에 방점을 찍어놨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가 맞붙는 '제 2의 무상급식' 대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20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와 보수진영으로 갈라져 정책대결이 사라졌다"면서 "내각제와 달리 정규분포처럼 중도층 규모가 많고 이를 잡는 진영에서 승리하게 돼 있어 정책의 차별화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민주화나 복지정책을 내놓아 선거에서 이긴 것처럼 진보와 보수의 정책 차이점이 크지 않다"며 정치 이슈 선점이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각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10대 정책을 내놓았지만 큰 차별점을 찾기 어렵다"면서 "재난기본소득 같은 정책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발언하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민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재난기본소득이 공약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젠 당의 공식 정책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라며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시작돼 당내에서도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조만간 당내에서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난기본소득을 코로나19 해법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2차 추경 검토"를 언급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기본소득에 가까운 정책의 긴급지원정책을 펴고 있는데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차 추경을 통해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을 보전해 줄 수도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최소 중위소득까지 지급" = 민주당은 또 공식 논평을 통해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야말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가가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적기"라며 "기본소득 도입, 이제는 사회적 공론화 테이블에서 보다 진지하고 과감하게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했다.

지급 범위가 쟁점이다. 전주시는 중위소득 80%이하인 5만명에 52만7000원씩 지급했고 화성시는 전년대비 매출액 10%이상 줄어든 소상인 3만3000여명에게 평균 200만원씩 지급하는 추경안을 심의중이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이하 117만7000가구에 30만~50만원을 지원하는 긴급생활비 지원책을 발표했다.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지급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1인당 50만~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줘야 한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의 애매한 태도 = 이슈선점에서 한발 늦은 미래통합당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기본소득은 총선 노림수 현금살포 포퓰리즘"이라며 "국민 세금을 풀어 표를 도둑질하려는 시도는 꿈도 꿔서는 안된다"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재난기본소득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과감한 감세정책"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1인당 120만원씩 나눠주는 기본수당지급안이 발표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 다소 누그러진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과연 선거를 앞두고 (기재부가) 정권의 포퓰리즘에 저항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통합당도 현재의 재난 상황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와 영세 사업자에 대해 일정한 현금이 신속하고 충분하게 전달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고는 "현금은 가장 어려운 계층에 우선 지급하되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은 한국의 경제생산 기반을 유지해 나가는 데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김광림 최고위원은 "무차별적 분배는 찬성하지 않는다"며 "부자를 가난하게 만들어서는 가난한 사람 모두를 부자로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 야당에서도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반대'에서 '소극적 찬성'으로 돌아선 만큼 총선이 다가올수록 지원대상을 넓게 보는 '보편적 복지'와 지원대상을 최소화하는 '선택적 복지'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쪽에서는 선별에 따른 행정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보편적 복지를 채택하고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미래통합당은 선택적 복지론과 재정파탄론을 고수하면서 법인세 인하 등 기업 세제 혜택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재난기본소득은 민주당과 통합당의 대표적인 차별화된 정책으로 보이게 될 것"이라며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을 놓고 오세훈 당시 시장의 주민투표 상황과 비슷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전개양상과 각국의 분위기에 따라 민주당이 총선 전면에 재난기본소득을 내세우고 보수진영과의 한판 승부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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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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