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검사 강국'의 비결 로이터 특집기사

1월27일 질본-진단시약업체 20여곳 회동

확진자 4명 시점에 '팬데믹 가능성' 예측

참석자 "정부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올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월27일 한국 보건당국은 20개가 넘는 진단시약 업체 대표자들을 서울역 안쪽 회의실에 불러 모았다. 중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에 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질병관리본부가 체외진단기업협의회 회원사들과 비공개회의를 하던 이날 국내 확진자는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질본은 업체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즉각 탐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진단시험이 필요하다'며 다급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신속한 승인 약속도 잊지 않았다.

이 약속은 거짓이 아니었다. 한 제약회사가 처음으로 진단검사법을 개발해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은 이날 회의로부터 불과 일주일 뒤였다.

미국 상륙한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에 마련된 코로나19 드라이브스루 진료소에 검사 차례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2마일 가량 줄지어 있다. 휴스턴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시간) '어떻게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 진단검사에서 미국을 압도했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능력 구축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상원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진단관리과장은 로이터에 "아주 긴장한 상태였고, 팬데믹(대유행)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마치 군대처럼 움직였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로부터 일주일 뒤에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진단검사를 승인했고, 2월 말에 이르러서는 '드라이브 스루' 형태의 선별 진료소까지 도입됐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이사도 "정부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1주일 만에 승인된 진단키트가 당연히 1년 동안 시험을 거친 것처럼 (품질이) 훌륭할 순 없다"면서도 이후 정부가 초기 진단검사의 정확도를 판단하기 위해교차 점검을 했고, 정확도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한국의 신속한 대응이 미국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고 비교했다.

한국은 보건당국의 긴급 소집회의가 열린 지 7주 만에 29만명이 넘는 이들이 검사를 받아 8000여명의 확진자를 가려냈고, 이제 신규 확진자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반면 한국과 비슷한 시기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미국은 여태까지 6만건의 진단검사 시행에 그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정부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됐으며, 어디에 감염자가 집중돼 있는지 등 바이러스 억제에 결정적인 정보를 놓치게 됐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저 클레인 전 미국 보건복지부(HHS) 임상검사 자문관은 "(바이러스 감염을) 보지 못하면, 싸울 수 없다"며 미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미국의 감염병 전문가와 의사, 관료들은 양국 공중보건 체계의 차이점도 지적했다.이들은 간결한 체계를 가진 한국이 과감한 지도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한 반면, 미국은 복잡한 체계에 소극적 대응 방식까지 겹쳐 큰 차이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로이터는 또 한국이 미국과 달리 검사 대상을 대폭 확대한 점도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꼽았다.

미국은 중국이나 특정 지역에 직접 다녀왔거나, 이들과 접촉한 이들에게만 보수적으로 검사를 시행했다.

그마저도 진단검사의 정확성을 두고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기다리다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실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월 말까지도 새로운 진단 키트를 일선 현장에 보내지 않았다.

로이터는 미국 규제당국이 관련 정책을 수정할 동안 한국의 지방정부는 길가에서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왜 우린 한국과 같은 드라이브 스루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느냐"며 노골적으로 미국 정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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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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