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출신 1000만 농민공

'코로나19 격리'로 인해 생계 불안

중국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전국의 상점과 공장들이 다시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후베이성 사람들은 여전히 '갇힌 상태'로 지내고 있다. 특히 춘제(설명절) 이후 직장이 있는 도시로 복귀해야 할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들은 교통 통제로 인해 고향에 발이 묶여 있거나 통제가 풀려 근무지로 들어갔어도 그곳에서 또다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1000만여명의 후베이성 출신 농민공들은 돈벌이가 막혀 생계가 힘든 상황이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베이성 출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코로나19 발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했다. 시 주석 방문에 후베이성 농민공들은 격리 상태에서 벗어나 외지의 근무지로 조만간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신화=연합뉴스


후베이 출신인 차오시얼은 지난 1월 말 설을 쇠러 고향에 왔다가 코로나로 인해 대대적인 봉쇄가 이뤄지는 바람에 지금까지 고향에 갇혀 있다. 차오시얼은 2월 첫째주에 직장이 있는 광둥성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만 가는 길이 막혔고 그로 인해 지난 두 달 동안 차오의 수입은 0이었다.

후베이성에서도 가난한 시골 지역인 카오디안 출신인 그는 "지금까지 이런 공황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처남은 정부가 4월 초까지 우리를 다시 일터로 보내주지 않으면 탈출을 시도할 거라고 말한다"면서 "지금 수입이 없어서 가족들을 먹여살릴 수도, 대출금을 갚을 수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후베이성의 다른 도시인 징샨 출신의 장량도 비슷한 상황이다. 36세의 트럭 운전사인 그는 트럭을 사느라 빚을 많이 졌다. 장량은 "정부의 결정에 매우 화가 난다"면서 "우리는 건강한데 모두 집에 갇혀 있다. 정부는 도로를 폐쇄했지만 우리 손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원이나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베이성 난장현에 사는 가우밍후이는 "지난 두 달 동안 후베이성 내 모든 지역의 도로가 통제됐고 경비도 삼엄했다"면서 "우리는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선전에서 일했던 미용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곳으로 돌아가도 실업자가 될 것"이라면서 "하지만 아파트 월세 3800위안은 계속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가오밍후이는 난장현의 상황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이 지역 사람 400명 정도가 모여 있는 위챗 채팅방이 있는데 젊은 사람은 매일같이 일하러 나가고 싶다고 하고 돼지나 오리, 닭은 이미 다 잡아먹었다고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돈이 떨어져서 파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향에서 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지만 직장이 있는 도시로 운 좋게 나온다고 해도 곧바로 회사로 출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19일 중국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한 우한시를 제외하고 후베이성 내 저위험 지역의 수백만 농민공들이 최근 타지에 있는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후베이 농민공들은 외지의 일터로 돌아가면서도 교통과 격리 비용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무지에 도착해서도 14일간 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차라리 격리가 필요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전의 전자상거래 업체에 근무하는 샤오리는 50일 넘게 고향인 후베이성 수이저우에 격리돼 있었다. 수이저우는 14일 이상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아 저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샤오리는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기차나 비행기 등은 이용하지 못하게 돼 있어 차량편을 따로 마련해야 했다. 그의 경우 다행히 지인을 통해 선전으로 가는 차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샤오리의 다른 친구들은 이 마을에서 준비해준 대형버스를 타고 광저우, 선전으로 돌아갔다. 대신 교통비는 1인당 300위안(약 5만3000원)씩 지불해야 했다. 300위안이 넘는 부분은 정부에서 부담하기로 했다.

농민공에게 더 큰 부담은 교통비보다 격리 비용이다. 중국 남쪽 연안의 한 도시는 후베이 출신의 농민공에게 1인당 하루 300위안의 격리비용을 받는다. 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농민공은 세 식구의 14일간 격리비용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또 그의 친구는 가족이 4명인데 선전의 격리 비용이 너무 높아서 일터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4명의 격리비용은 그의 한달치 월급을 넘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 두달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그만한 격리비용을 감당하기는 버겁다.

중국 각 지방정부의 후베이 농민공에 대한 지원 정책이 일관되지 않아 후베이 농민공들은 이래저래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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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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