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채권까지 사들인다

‘돈 찍어내기’ 새 국면 시작

미 연준(Fed)이 양적완화(QE) 정책을 무제한 실행하기로 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회사채 매입 등 기업과 가계 신용을 지원하는 신규 대책도 내놨다. 연준이 회사채 직접 매입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가 멈춰 서면서 기업들의 줄도산 가능성이 더욱 커진 상태에서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다.

2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 연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는 양적완화(QE) 규모를 기존의 7000억 달러에서 무한대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회사채 시장과 관련해 ‘프라이머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PMCCF)와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기구’(SMCCF)를 설치해 기업지원에도 나선다. 미국 회사채 시장은 약 9조5000억달러 규모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BBB- 이상 등급 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다.

소비자 신용을 위해 지난 2008년 가동됐던 ‘자산담보부증권 대출기구’(TALF)도 다시 설치된다. TALF는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대출, 중소기업청(SBA) 보증부대출 등을 자산으로 해 발행된 유동화증권(ABS)을 사들이게 된다. 연준이 이들 3개 기구를 통해 매입하는 자산 한도는 3000억달러 수준이다. 재무부는 환율안정기금(ESF)을 통해 300억달러를 보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시의 하락 추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이날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82.05p(3.04%) 하락했다. 장중에는 960p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7.52p(2.93%) 떨어졌고, 나스닥지수는 18.84p(0.27%) 하락했다.

시장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도 재정정책과의 병행없이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대응은 1930년대 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침체 때보다는 빠르지만 실물경제 회복은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현실화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 19로 인해 피해를 받은 가계와 기업의 직접적인 지원효과가 중요하다”며 “2조달러대의 연방정부 경기부양책이 의회에서 아직 통과되지 않은 점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련한 경기부양 패키지법안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현재 법안이 기업 쪽에 치우쳤고 노동자와 의료 종사자를 돕기에는 너무 적다면서 식량 확보 지원, 중소기업 대출, 근로자를 위한 다른 조치를 추가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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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한면택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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