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금융 내몰려

코로나19 장기화

"취약계층, 생존 문제"

서민들의 돈 구하기는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23일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신용등급 6등급 이하) 2만2179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해서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66.3%로 나타났다. 특히 거절당한 시점을 보면 2017년 12.3%, 2018년 27.0%, 2019년 46.9%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고 답변한 저신용자들은 연령대와 직업군에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비슷한 비율을 나타냈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이후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비율은 67.7%로 높게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비율이 74.1%에 달했고 주부(68.5%) 무직(71.5%) 등 소득원이 불확실하거나, 신용등급(9~10등급, 75.1%)이 낮을수록 비율이 높았다.


필요자금을 마련한 경우는 '다른 금융사를 통한 차입'이 31.2%로 가장 높았고 '가족 및 지인의 도움으로 해결'(28.5%), 정책서민금융을 이용(17.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응답자의 5.4%는 불법사금융업자를 이용했다.

불법사금융은 전체 연령대 중 60대 이상의 이용비율(7.7%)이 가장 높았고, 직업 중에서는 무직(8.9%)과 주부(7.6%)가 많았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번 조사에서 개인의 부채가 가족이나 주변으로 전이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경우, 변제 비율은 28%에 불과했고 일부만 변제(47%)하거나 변제의사는 있으나 현재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 비율이 25%에 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이용 최대 19만명 = 서민금융연구원은 금감원 대부업실태조사와 NICE평가정보의 대출정보를 종합해 불법사금융 이동 인원과 이용규모를 추정했다. 대부업체 이용 경험이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추정결과 대부업을 이용한 6등급 이하 저신용자의 경우 2019년 신규로 12만5000~18만1000명이 불법사금융시장으로 이동했다. 1인당 불법사금융 이용금액을 고려할 경우 전체 규모는 지난해 약 3조4000억~5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불법사금융업체만 거래한 고객과 대부업 5등급 이상 및 대부업 외 제도권 저신용자 중 불법사금융 이용자를 감안할 때 실제 불법사금융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지난해 불법사금융업체의 금리는 최대 연 1200%를 초과(응답자의 2.9%)했고 연 48 ~ 240%를 이용한 비율도 23.8%에 달했다.

◆대부업체, 신용대출 더욱 줄여 = 설문조사에는 대부업체 570곳도 포함됐다. 이들은 법정 최고금리가 2018년 2월 '연 24% 이하'로 낮아지면서 고객의 신규대출 승인을 줄였다는 응답이 56.3%에 달했다.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대부업체도 신용대출을 중단하거나 감소한 비율이 44.5%를 차지했다. 대출을 중단하거나 축소한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 업체의 72.2%가 '손실 발생이 예상되거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다수의 대부업체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상대적 고신용자 및 기존 고객에 치중하는 등 대출전략의 변화를 꾀하고 있어 저신용자의 자금조달 애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정부가 금리인하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저신용·저소득층의 금융소외 완화와 공급자인 대부업체의 조달금리 인하 등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한 설문조사에서도 저신용·저소득층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취약계층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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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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