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보수성향 … 17대 탄핵총선에도 굳건

영서 '미래 인물' 영동 '보수 무소속' 변수

강원도는 역대 선거에서 접경지역 특유의 성향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로 드러났다.

탄핵총선으로 불리는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때에도 강원은 보수정당에 6석(열린우리당 2석)을 안겼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이 9석 전체를 차지했고,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6곳(민주당 1석, 무소속 1석)의 지역구에서 보수정당이 승리했다. 2017년 대선 이후 치러진 7기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11곳) 선거에서 승리하며 변화 움직임이 나타났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는 새누리당이 15곳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1곳에 그쳤다.

이광재 원팀 공약 | 제21대 총선 원주 갑 선거구에 출마한 이광재(오른쪽) 후보가 원팀 공동 공약 발표회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인 기자


◆보수지형 근본변화 있나 =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선거라는 점에서 지형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치러진 평창동계올림픽이나 남북정상회담 등 굵직한 이슈의 영향력도 상당부분 소진됐다. 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후 경제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지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지방선거의 승리를 총선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이 '문재인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표심을 노리는 이유기도 하다.

정치성향의 근본적 변화는 아니라해도 표심을 흔들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 정치권의 미래'로 불렸던 이광재 전 도지사가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또 미래통합당의 공천과정에서 지역 대표성이 높은 보수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추동력이 생겼고, 보수진영에서는 틈새가 벌어진 것이다.

통합당 권성동 의원, 무소속 출마 선언 | 공천 배제된 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이 16일 오후 강릉시 선거사무실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돌아온 '이광재 효과'? = 민주당은 이광재 전 강원지사에게 강원지역 선거를 맡겼다. 당내 차기 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김부겸 김영춘 등에게 권역별 선거대책위를 이끌도록 한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미래 이미지를 얹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출발해 노무현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대~18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등을 거치며 강원 정치권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던 그다. 본인이 출마한 원주(갑) 선거뿐 아니라 평창, 춘천권 등 영서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민주당 입장에선 지역을 대표하는 강력한 차기주자의 이미지를 앞세워 표심을 공략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총선뿐 아니라 이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을 통해 유권자 표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20대 총선에서 박빙승부를 벌였던 선거구 등이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


◆보수 권성동, 무소속 행 = 대관령을 중심으로 서쪽인 영서지역이 이광재 변수가 불거졌다면 동쪽인 영동권은 보수후보들의 잇단 무소속 출마가 변수로 꼽힌다. 강릉선거구가 대표적이다. 미래통합당이 현역인 권성동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후보로 내세웠다. 권 의원은 2009년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후 강릉에서만 3선을 한 대표적인 보수정객으로 통한다. 권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시도의원 10여명이 동반탈당했다. 권 의원에 이어 최명희 전 강릉시장도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최 전 시장도 강릉시장을 3번 연속 했던 인물이다. 사실상 1여 3야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에게 유리한 구도이다.

물론 친여 성향의 무소속 출마자들도 있다. 조일현 권성중 장승호 3명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연대를 구축했다. 공천갈등 여파로 당을 나와 민주당 후보들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 총선 민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 '김종필TV'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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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엄경용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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