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해외 입국자 관리 최대 과제로

지자체 업무폭증, 시설·관리문제 대두

코로나19 신규 환자 중 해외유입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발 입국자가 골치거리로 떠올랐다. 규모가 유럽의 2배에 달하는데다 확진 비율도 높게 나오고 있다. 해외 입국자 급증으로 중앙 방역당국 차원 관리가 불가능해지면서 관리 업무의 지자체 이관이 불가피해졌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144명이다. 유럽 입국자가 84명으로 가장 많고 북남미에서 들어온 이들이 22명이다. 중국 외 아시아는 20명, 중국 16명, 아프리카가 2명 등이다.

영국 런던발 입국자가 24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격리통지서와 검역확인증을 들고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현재까지 유럽발 확진자가 미주를 웃돌지만 조만간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북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규모가 유럽의 2배에 달하는데다 미국 내 확진자가 3만명까지 급증했다.

미국권 확진자 증가세는 현실이 되고 있다. 전날 0시 기준 해외 유입 환자 14명 내역을 보면 북남미가 8명으로 유럽(6명)을 넘어섰다.

해외 입국자 상당수가 거주하는 서울시 사정은 더하다. 24일 서울시 신규 확진자 13명 가운데 12명이 해외 입국자와 그들의 가족이다. 미국과 유럽 환자는 모두 5명이며 이중 4명이 미국발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미국 입국자 전체 관리에 착수했다. 중앙 방역당국에 입국자 전체 명단을 요청했다. 유럽처럼 무증상자여도 전원 자가격리 및 능동감시를 실시하기로 했다. 단, 중대본도 해외 입국자가 예상을 크게 웃돌자 대응 지침을 바꿨다. 당초 중대본 차원에서 모든 입국자를 검사·관리하기로 했는데 지자체와 역할을 나나눈다. 공항 검역단계에서 유증상자를 걸러 중증도에 따라 시설, 병원 등으로 이송하고 무증상자는 거주지별 지자체로 관리를 이관한다.

지자체는 신천지 교인 전수조사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집단관리 업무에 돌입하게 됐다. 방역당국은 미국 입국자를 일일 2000~3000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입국자 수는 차츰 감소하겠지만 1주일에 1만여명 가까운 관리 대상자가 쏟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려면 해외 입국자에 대한 대대적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서울은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해외발이고 전국 확진자 중 해외 유입 비중도 30%에 육박했다.

문제는 자가격리 관리와 수용시설 포화다. 질병관리본부는 조만간 해외 유입자 명단 전체를 지자체와 공유하기로 결정했다. 입국자 명단이 지자체로 넘겨지면 입국자는 물론 접촉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 등 이들에 대한 관리 문제가 최대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입국자 수 예측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유럽발 입국자가 하루 1000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공항 검역을 통과한 무증상자 수용을 위해 1인 1실 1175개를 준비했다. 하지만 지난 22일과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온 유럽발 입국자는 이틀에만 2647명에 달했다. 유럽발 항공기가 경유지를 거치면서 탑승객이 늘어난 때문이다. 정부가 무증상자까지 전원 검사 후 귀가 방침을 유증상자로 제한하고 증상이 없는 사람은 집으로 보낸 뒤 3일안에 지자체 보건소를 통해 검사 받는 방식으로 바꾼 배경이다.

서울시는 분주하다. 인재개발원, 수유영어마을 등을 단기체류자나 자가격리가 어려운 입국자들에 내주기로 했고 추가 시설 확보도 준비 중이다. 시 관계자는 "하루 확진자가 한 자리수로 떨어진 만큼 해외유입이 지역사회 확산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역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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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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