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대학생 제보로 수사

강원경찰청은 지난해 9월 텔레그램에 성착취 대화방인 n번방을 최초 개설한 '갓갓(텔레그램 닉네임)'에게서 n번방을 물려받은 켈리 신모(32)씨를 검거했다.

강원지방경찰청이 26일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엄정 단속에 나섰다. 사진 강원경찰청 제공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해 1월부터 같은 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중 2590여개를 판매했다. 신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과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3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받았다.

또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당했다. 이어 강원경찰청은 지난해 11월 n번방을 모방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아 이중 4명을 아동 성 착취 영상물 제작 및 유통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후반인 이들은 '로리대장태범'이라는 닉네임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해 이 중 일부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갓갓이 잠적한 이후 n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는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텔레그램에 'A를 소개합니다'라는 대화방을 만들어 피해자 신상정보와 함께 얼굴, 성관계 영상 등을 유포한 운영자도 붙잡았다.

강원경찰청이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요 피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던 것은 대학생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강원 모 대학교 신방과 학생들은 지난해 7월 대학생 기획 취재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이 성착취에 노출돼 끔찍한 피해를 당한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제보했다. 당시 강원경찰청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장을 지낸 김재규 청장이 부임하면서 디지털 포렌식 장비와 시설을 대폭 보강하고, 새롭게 성폭력 수사팀까지 만들었다. 대학생 제보를 받은 강원경찰청은 사이버범죄 수사 방향을 디지털 성범죄로 잡고 집중 수사를 펼쳐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주요 피의자를 검거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범죄 용의자를 잡기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해 수사를 꺼렸다"면서 "인력, 장비에 대한 투자와 대학생 제보 등이 맞물리면서 좋은 성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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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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