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직원 한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뒤 집단감염 우려가 컸던 한 병원이 한달 넘게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밀접접촉자가 많은데도 병원 내 감염이 없는 ‘모범사례’로 꼽는다. 병원측과 함께 지역공동체 전체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 위치한 서울재활병원 이야기다. 27일 은평구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이 병원 직원 이 모(25)씨가 지난달 25일 확진판정을 받았을 때만 해도 집단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장애인 재활의료 전문 병원이라 의료진이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해 1대 1 치료를 하는데다 많은 환자가 한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감염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

한달이 지난 27일 현재 서울재활병원 관련 확진자는 ‘0명’이다.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 258명, 입원환자 55명과 보호자·간병인 49명까지 총 362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서울재활병원은 지난 11일 다시 문을 열었고 정상 운영하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병원이 뚫리면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더 커진다”며 “지역사회 내 감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주민들이 한시름 놓게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재활병원을 둘러싼 대처를 모범사례로 꼽는다. 김창보(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 서울재활병원 코로나19 서울시대책단 단장은 “밀접접촉이 많은 장애인 전문 병원이라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매우 컸다”며 “병원 내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초기증상이 나타난 즉시 상사에게 이야기하고 검체 검사를 받는 등 경직되지 않은 분위기, 원장과 직원이 일심동체가 돼서 방역에 나설 정도로 소통이 원활했던 점 등을 배경으로 꼽았다. 은평구에 따르면 서울재활병원은 코로나19 유행에 앞서 지난해 11월 중순 질병관리본부에서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한 직후부터 전 직원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고 환자에게도 지원하는 등 대비를 해왔다. 직원들은 가벼운 감기라도 근무에서 배제하는 등 병원 운영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측은 코로나19 서울시 대책단 등 협업에 무게중심을 둔다. 이지선 원장은 “병원 내에 코로나19 서울시 대책단이 꾸려져 매일 회의를 하면서 대책을 함께 강구해나갔다”며 “재난상황에서 병원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에 맞서 공공의료를 더욱 활성화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서울시와 은평구 등 관련 기관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확진판정 직후 병원측은 즉각 치료를 중단하고 병동을 폐쇄했다. 서울시는 병원 내에 대책본부를 꾸려 시와 은평구 병원 재단 등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도록 했다. 환자와 직원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한 검체검사는 은평구 보건소와 시립서북병원에서 맡았다. 양쪽에서 보유하고 있던 진단도구를 긴급히 풀었다.

병원과 확진자 이동 동선 긴급 방역, 병원을 방문한 1057명에 선별진료소 검진을 안내하는 문자 발송 등은 은평구 공무원들이 담당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후원의 손길이 뻗쳤고 병원 문을 다시 열기 직전 김미경 구청장이 후원물품을 전달하며 응원하기도 했다. 은평구 관계자는 “평소에도 협력이 잘됐지만 재난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며 “모두가 예민해진 상황에서 구와 보건소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 공동체의 힘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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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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