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822조 쏟아부어, 독일 GDP 30% 사상최대

일본 내달 630조원 투입, 한국 재정투입의 5~20배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해 전대미문의 피해구제·경기부양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심각하고 경제 전반에 미치는 피해가 크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글로벌금융위기를 훨씬 뛰어넘는 재정정책을 펴고 있지만, 미국 등과는 차이가 크다.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국 등은 사실상 통화기축국인 데다, 경제규모가 훨씬 커 한국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점도 작용했다. 또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발생 때부터 '적극적 방역'에 나서 상대적으로 직접 피해가 작았다는 점도 한 몫했다.

미국에서는 2조2000억달러(약 2684조원)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상원을 통과했다. 독일 연방의회 상원도 1조1000억유로(약 1479조원) 규모의 코로나 구조 패키지를 승인했다. 일본은 4월중 56조엔(약 630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놓을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석 달 간 내놓은 부양책과 금융지원 정책 규모가 총 132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주요국 단일 부양책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다.

◆뒤늦게 재정 쏟아 붓는 미국 = 30일 현재까지 미국이 내놓은 코로나19 대응 지원 법안 3개를 합치면 총 규모는 약 2조3133억달러(약 2822조원)로 추산된다.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지난 25일 상원을 통과한 '캐어스' 법안이다. 재정지원법안 규모만 2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구체적으로소득에 따라 1인당 최대 1200달러를 주는 현금 지급 프로그램에 2900억달러, 소상공인 신규 대출 지원에 3490억달러, 기업 대출 및 대출 보증에 5000억달러 등이 투입된다.

이보다 앞서 이달 5일 코로나19 대응 1차 예산으로 83억달러가 배정됐고, 뒤이어 19일 통과된 코로나19 확진자 지원안 규모도 1050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미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1조4300억달러다. 코로나19 대응 법안 3개 규모는 GDP의 10.7% 수준이다.

◆사상최대 경기부양정책 = 독일 역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인 1조유로 규모의 부양책을 내놨다. 지난 27일 연방의회 상원을 통과했다.

부양책은 기업 유동성 공급과 대출 보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재건은행(KfW)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를 4650억유로에서 8220억유로로 늘렸다. 올리버 라커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정부가 1조유로 방패로 경제를 지키려 한다"며 "GDP의 30% 이상인 패키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독일 역사상으로도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4월중 경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약 56조엔, GDP(2019년 기준 553조9622억엔)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점쳐진다. 여기에는 취약가구에 20만∼30만엔의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담긴다.

앞서 일본 정부는 2개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통해 1조6000억엔의 금융 지원 방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가 480억 싱가포르달러의 2차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했다. 1차(64억 싱가포르달러)와 합치면 544억 싱가포르달러(약 46조원), GDP의 11% 수준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도 GDP의 평균 10~11%를 코로나 대응에 사용할 전망이다.

◆한국 재정, 아직 여력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대책을 연달아 내놓고 있지만, 절대 액수로나 경제 규모를 고려한 비율로나 주요국 대비 부양책 규모가 작은 상황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아직은 추가 재정투입 여력이 있다'는 말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마련한 내수 활성화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규모를 모두 합치면 약 132조원이다.

이 가운데서는 가장 최근에 나온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규모가 가장 크다.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중견·중소기업을 위한 경영안정자금(대출·보증)으로 51조6000억원, 자금시장 유동성 지원에 48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보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코로나 추경' 규모는 11조7000억원, 민생·경제 종합대책 규모는 16조원 상당이다. 가장 먼저 내놨던 방역과 분야별 지원 방안은 4조원이다.

이 가운데 금융지원을 제외한 재정지원 규모만 따지면 15조8000억원이다. 한국의 명목 GD가 2019년 기준 1913조964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GDP의 7% 수준이다.

한국의 부양책 절대 규모는 GDP의 7%로,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독일과 비교하면 11분의 1, 일본이 내달 내놓을 부양책의 5분의 1 수준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은 사실상 기축통화국으로서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지만,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의 여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세계 각국이 추가 재정투입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란 점"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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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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