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코로나 외교' 탄력 … 정상통화 잇따라

한미 정상통화 후 방위비분담금 협상 급물살 관측

"인도적 차원 지원, 커다란 외교자산 될 것" 기대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외교도 탄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 진단키트 등 우리나라의 인도적 지원이 향후 세계 각국과 외교 관계를 풀어 가는데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통화를 원하는 해외 정상들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정상통화 요청이 많다보니 일정을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불화폴리이미드필름 보는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경북 구미시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사업장을 방문, 생산된 불화폴리이미드필름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 대통령과 정상통화를 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10여 개국이 넘는다. 대부분 외국 정상들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통화에서는 코로나19 방역 협력방안이 주되게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에도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 요청으로 정상통화를 하고 코로나19 대응방안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보리소프 총리는 통화에서 "한국이 방역 체계의 모범사례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최근 불가리아는 코로나19에 대한 검사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빠른 검사를 위한 진단키트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아비 아흐메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와도 정상통화를 했다. 아비 총리는 "아프리카도 현재 코로나19 대응이 가장 큰 의제로 부상한 상황"이라며 "아프리카에도 문 대통령의 경험과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협조를 구했다.

또 지난달 26일 한·캐나다 정상통화에서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한국에서 이뤄진 광범위하고 빠른 검사, 접촉자 추적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에게 배우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24일 한·스페인 정상통화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한국의 혁신적인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운동과 위기에 대처하는 한국의 방식을 배우고 싶다"며 한국의 의료물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지난달 27일 개최된 주요20개국(G20) 특별화상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관심은 문 대통령에게 쏠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자신의 발언에서 "문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로 G20 정상회의가 열리게 된 것을 높게 평가한다"며 문 대통령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코로나19 협조를 구하는 외국 정상들과 문 대통령과의 정상통화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공개하지는 않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방역물자 지원 등을 요청하는 외국 정상들의 친서도 많이 오고 있다.

청와대는 외국 정상들의 지원 요청에 대해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계 각국과 협력관계가 강화되면서 향후 외교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당장 답보상태에 있던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최근 급물살을 탈 수 있었던 것도 지난달 24일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통화가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의료장비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국내 여유분이 있으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간 통화 이후 미국이 당초 요구했던 분담금 액수를 대폭 낮추면서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은 올해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분담금으로 지난해(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최근 액수를 크게 낮춰 1조원대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타결이 되면 10% 안팎의 상승률을 제시했던 우리나라의 입장이 대폭 반영되는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한미 정상통화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한미 정상간 협력과 연대 기류가 방위비 협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원을 요청하는 나라에 대해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 조건부로 협상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른 나라가 어려울 때 도와준 것은 향후 그들 나라와 외교를 하는데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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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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