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호모데우스 저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

이스라엘 역사학자이자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은 불가피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인간의 실패"라며 "무책임한 정부들이 자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방치했다. 제때 신속히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우리는 코로나19를 막을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힘을 쓰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SCMP와의 인터뷰 요지.

■'호모데우스'에서 "인류가 실제로 기근과 전염병, 전쟁을 통제한다면…"이라고 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누그러지지 않고 지속되는 것을 고려할 때, 당신은 여전히 인류가 전염병을 진압하고 있다고 믿는가.

사진출처:유발노아하라리닷컴(ynharari.com)


우리는 확실히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을 막을 수 없다. 병원균은 끊임없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이동한다. 또는 돌연변이가 생겨 이전보다 더 감염력이 강하고 치명적인 존재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전염병을 억제할 힘을 가졌다. 수백만명이 사망하는 것을,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우리는 오늘의 상황을 과거 시대와 비교해야 한다. 현대 이전 시대에 전염병이 퍼지면, 인간은 대개 어디서 발병했는지 몰랐다. 막을 수 있는 방법도 몰랐다. 대개 전염병의 원인을 '신이 화가 났다' '사악한 주술사의 마법이다' 등으로 돌렸다.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집단적으로 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는 종종 더 많은 감염을 낳았다. 14세기 흑사병이 퍼졌을 때 아시아와 유럽 인구 1/4 이상이 사망했다. 당시 인류는 발병 원인을 알지 못했다. 16세기 천연두 등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과 아즈텍족, 마야족, 잉카족의 90%가 몰살했다. 수백만명을 죽게 만든 원인을 알지 못했다.

반면 코로나19 전염병이 시작됐을 때, 과학자들은 단 2주 만에 신종 바이러스를 알아챘다. 게놈의 서열을 확인해 감염자를 확진할 믿을 수 있는 테스트법을 찾았다. 의사들은 병원균과의 군비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 병원균은 막무가내 변이에 의존하는 반면, 의사들은 정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각국은 서로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게 정보와 전문가, 장비를 타국에 보낼 수 있다. 각국 정부와 은행들은 경제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 공동계획을 세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커다란 함정이 있다. 인류가 전염병을 다스릴 힘을 갖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그 힘을 제대로 활용할 지혜를 가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2015년 '호모데우스'에 이런 대목을 썼다. "우리는 새로운 에볼라 전염병 또는 정체모를 신종플루 변종이 전 세계를 휩쓸어 수백만명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불가피한 자연재해로 여겨선 안될 것이다. 오히려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의 실패로 봐야 한다. 책임진 우두머리들에게 강력히 따져야 한다. 인류는 전염병을 막을 지식과 도구를 갖고 있다. 만약 그럼에도 전염병이 통제를 벗어난다면, 이는 신의 분노라기보다 인간의 무능력 때문이다."

나는 이 대목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불가피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인간의 실패다. 무책임한 정부들이 자국의 보건의료 체계를 방치했다. 제때 신속히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지금도 전 세계적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를 막을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힘을 쓰기 위해 필요한 지혜는 부족하다.

■ 중국은 '국내 감염을 대부분 차단했다'며 코로나19 통제를 자국의 성공으로 포장하려 한다. 강제로 격리, 폐쇄를 단행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 방법이 전염병을 다루는 데 있어 서구의 민주주의 모델보다 우월한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지하고 의심 많은 사람들을 감시하는 것보다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들을 신뢰하는 것이 전염병에 더 쉽게 대처하는 방법이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매일 비누로 손을 씻는지 확인하기 위해 화장실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거나 경찰을 상주시킬 수 있을까. 매우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을 교육시킨다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주어진 정보를 신뢰한다면, 자발적으로 올바른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학교에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배웠다. 비누로 손을 꼼꼼히 씻으면 병원균을 없애거나 죽일 수 있다고 배웠다. 난 이런 정보를 신뢰한다. 그래서 내 자유의지로 손을 씻는다. 다른 수십억명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민주주의국가를 포함한 많은 나라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고의적으로 과학과 언론, 공공기관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허물었다. 그같은 신뢰가 없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신하기 어렵다. 해법은 권위주의적 방법을 쓰는 게 아니다. 과학과 언론,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일단 그같은 믿음을 갖게 되면, 대중들이 항구적인 감시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해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사람들의 위치정보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이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나라를 확산시킬까.

그렇다. 이는 큰 위험이다. 코로나19는 감시의 역사에서 중대한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첫째 여태까지 대중에 대한 감시를 거부해온 나라들도 그와 관련한 도구를 배치하고 설치하는 게 합법적, 정상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 둘째 보다 중요한 지점인데, '사람의 몸 밖'(over the skin)을 감시하는 것에서 '인체 내부'(under the skin)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극적인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과거 정부는 어디에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등 주로 국민의 외부활동을 감시했다. 이제는 인체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 건강정보, 체온, 혈압 등이다. 이러한 생체정보를 통해 정부는 특정 개인보다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도 있다.

10년 뒤 일부 전체주의 국가들이 국민을 24시간 내내 감시하기 위해 생체정보 팔찌를 차게 할 수도 있다. 인간의 몸과 두뇌에 대한 이해가 점차 확장되는 상황에서 기계학습의 거대한 힘을 활용한다면, 전체주의 정부는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국민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매순간 감시할 수도 있다. 어떤 국민이 '위대한 지도자'의 연설을 TV로 시청하는 동안 마음 속에 분노의 감정이 끓어오른다면, 혈압이나 체온의 미세한 변화, 감정을 처리하는 두뇌 속 편도체의 활동 증가 등으로 즉각 파악될 수 있다. 웃음 띤 얼굴로 손뼉을 치고 있지만, 전체주의 정부는 분노가 치미는 진짜 감정을 알아챌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가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취한 조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현재의 조치는 국가적 긴급 재난사태를 맞아 취한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시조치는 긴급상황을 오래 지속시키려는 나쁜 습관을 갖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긴급사태가 언제나 닥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코로나19 감염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2차 위기를 막아야 한다'며, '중앙아프리카에 신종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다'며, '계절독감에서 국민을 지켜야 한다'며, 새로운 감시체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전염병을 막아야 하는데, 왜 감시를 멈춰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놓고 지난 수년 동안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이 싸움의 향방을 결정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 사람들에게 프라이버시냐 건강이냐를 선택하게 한다면, 보통 건강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와 건강,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다. 잘못된 양자택일이다. 우리는 프라이버시와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고, 챙겨야 한다. 전체주의적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아니라, 시민을 교육하고 시민에게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건강을 지키고 코로나19를 막는 법을 선택해야 한다. 사람들이 제대로 된 과학 교육을 받을 때, 공공기관이 진실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 때, 사람들은 스스로 올바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 몇 개월 앞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허송세월했다. 여기서 배울 점은 뭔가.

코로나19 위기로 전 세계가 '인류는 모두 하나'라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19는 중국의 위기나 이탈리아의 위기가 아니다. 글로벌 위기다. 전 세계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과 두려움,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바이러스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모두 비슷하다. 바이러스의 먹이일 뿐이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가 특정국가에서 발생한다면 이는 모든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다. 언제든 나에게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로나19와 싸울 전 세계적 대책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화에 대한 재평가가 일어날까. 국경과 무역, 문화 측면에서 더 높은 장벽을 쌓게 될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글로벌화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따라서 그같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세계화 전략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완전한 잘못된 논리다. 전염병은 글로벌 시대 이전에도 발병했다. 중세시대 바이러스는 짐마차 속도로 확산됐다. 그리고 대부분 작은 마을이나 도시 내에서 확산됐다. 하지만 흑사병과 같은 전염병은 현재의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고립으로 전염병을 막고자 한다면, 석기시대로 되돌아가는 게 낫다. 그때가 인간이 전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마지막 시대다. 일단 인간 개체수가 적었고 교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염병에 대한 진짜 해결책은 고립과 격리가 아니라 정보와 협력이다. 인간이 바이러스에 비해 가장 우월한 지점은 효율적으로 협력하는 능력이다. 중국의 코로나 바이러스와 미국의 바이러스는 어떻게 인간을 감염시킬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인은 미국인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귀중한 교훈, 대처법을 알려줄 수 있다. 그보다 중요하게 중국은 전문가와 장비를 미국에 직접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이같은 협력을 하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리더십의 부족 때문에 우리는 인류의 협력하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전 세계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고의적으로 국제적 협력사안들을 좌절시켰다.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믿고 따를 어른이 없어 보인다. 바라건대 최소한 다섯 가지 부문에서는 더 많은, 더 나은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첫째 믿을 만한 정보의 공유다. 코로나19를 이미 경험한 국가들은 다른 나라에게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수집된 데이터는 공개적이고 신속하게 공유돼야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봉쇄할 치료제와 백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진단키트와 보호장구, 인공호흡기 등과 같은 필수 의료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가 공정한 생산과 보급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협력은 생산 차질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부유한 국가가 아니라 가장 필요한 국가에 장비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덜 오염된 국가들은 자국의 의사와 간호사, 전문가를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한 국가에 보내야 한다. 그 나라 환자들을 돌보는 동시에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 위기 중심국들은 계속 변하고 있다. 당초 중국에서, 현재는 유럽과 미국으로 옮겨갔다. 조만간 브라질 등 중남미로 바뀔 것이다. 만약 브라질이 이탈리아에 도움을 제공한다면, 두달 뒤 이탈리아가 코로나 위기를 넘긴 뒤에는 브라질에 받은 도움을 되돌려줄 수 있다.

넷째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국가들을 구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가난한 나라들에겐 이런 조치가 절실하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 등 부자국가들은 어떻게든 위기를 넘길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나 중동, 중남미 등은 한 번 전염병이 돌면 경제적으로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때문에 글로벌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다섯째 여행자 상태를 사전점검하는 국제적 협약을 만들어 국가간 이동이 불가피한 소수의 여행자들에게 국경을 열어줘야 한다. 만약 여행자가 출발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꼼꼼한 점검을 받는다면, 도착국 정부도 이들이 안전할 것으로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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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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