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행정

결산검사도 영상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서울 자치구 행정이 180도 달라졌다. 공공도서관 예약대출이나 민원창구 칸막이는 기본.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축제를 취소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벚꽃길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달하는 걸 넘어서 현장에서 생중계한다.

강북구는 2013년부터 열어온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올해는 온라인 축제로 바꿨다. 19일까지 열리는 '4.19혁명 온라인 국민문화제'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4.19혁명 60주년 기념과 함께 '4월의 함성·열정으로 감염병을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의미까지 담았다.

강북구가 4.19국민문화제를 온라인축제로 전환한 가운데 한 공무원이 온라인 그림 그리기 공모전에 참여한 어린이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혁명 전개 과정과 민주 선열들 혼이 잠든 국립4.19민주묘지 등을 담은 '눈으로 보는 4.19혁명 역사교과서'은 그 중 하나. 역사 전문가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인사 등 참여를 이끌어내 주목을 끈다는 방침이다. 행사 이후에는 각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하도록 동영상으로 공유한다.

60주년 기념 축하인사와 감염병 극복 응원, 국립4.19민주묘지 방문사진 인증전, 초·중학생이 4.19혁명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참여하는 '온라인 그림 그리기' '생각 그물 만들기' 등에는 상품도 내걸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온라인이지만 1960년 민주화를 위해 뜨겁게 불타올랐던 선열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4.19혁명 정신이 국민들 마음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어떠한 어려움도 헤쳐 나가는 희망의 빛이 돼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안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한 '랜선 벚꽃여행'을 기획했다. 스튜디오에 있는 아나운서와 현장 카메라를 연결해 영상으로 경의선 숲길을 즐기는 벚꽃놀이다. 3일 오후 2시부터 한시간동안 유튜브 채널 '마포TV'와 구 페이스북에서 중계한다.

일방적으로 영상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댓글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실시간 요청하는 풍경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지상과 벚나무 위쪽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드론까지 동원한다.

12일까지 석촌호수 진출입로를 전면 폐쇄한 송파구는 페이스북과 누리집 등을 통해 '방구석 벚꽃중계'를 진행한다. 산책길을 1분 전후로 걷는 영상을 담은 '벚꽃산책'과 벚꽃이 만개한 석촌호수를 다양하게 조명하는 '벚꽃라이브' 두가지다.

각종 회의도 영상으로 대체됐다. 은평구와 은평구의회는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협치회의와 결산검사도 비대면으로 바꿨다. 민간위원 등 20명이 참여하는 협치회의는 화상회의 앱을 사용하고 위원회는 집합교육을 온라인으로 대체한데 이어 자료 요구와 질의·답변은 서면과 각 부서에서 보유한 태블릿PC로 진행한다.

서초구는 조은희 구청장 제안으로 지난달 25일부터 재난안전대책회의를 영상회의로 바꿨다. 손 소독을 하고 마스크도 착용하지만 회의실이 밀폐돼있고 밀집도가 높다고 판단, 국·과장까지 회의장이 아닌 각자 사무실에서 비대면 회의를 하고 있다.

이밖에 마포구는 공연 실황중계, 구로구는 온라인 콘서트를 선보였고 노원과 성동에서는 자동차극장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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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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