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 과정에서 10만 내지 24만명이나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마도 이번 주와 다음 주 사이가 가장 힘든 주가 될 것"이라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2일 부활절에는 미국이 다시 문을 열고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으로 일관해 오다가 사태가 크게 악화되자 180도 입장을 바꿔 비관론적인 경고장을 내놓았다.

고개 숙인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도착하며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2주가 최악의 주간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 앞서 미국인 10만 내지 24만명이나 사망할 수 있다는 최악의 사태까지 언급했다.

◆비관론으로 바뀐 트럼프의 경고 =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연방차원의 조치에 너무 느슨하고 느린 행동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를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면서도 미국인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연방 가이드라인을 강화한 게 아니라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만 전했다. 게다가 CDC의 마스크 착용 권고에도 "나는 쓰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냉동트럭으로 이송되는 뉴욕 코로나19 사망자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이 임시 영안실로 사용되고 있는 병원 밖 냉동트럭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욕 AFP=연합뉴스


그러자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 착용을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대통령 부부의 메시지가 달랐다. 마치 바이러스 전문가처럼 매일 마이크를 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말이라면 백악관에 함께 사는 퍼스트 레이디 조차 믿고 따르지 못할 내용이라는 조소까지 사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연일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어 아직도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내 사망자는 5일 현재 9300명, 확진자는 33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 사망자 6만6000명의 15%를 차지하며 세 번째 많은 것이고 전세계 확진자 122만명 중에 미국내 확진자는 4일 오후 30만명을 넘어선 후에도 계속 급증했다. 하루 증가폭도 2만여명에서 3만명 이상으로 더 가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내 확진자는 지난 3월 27일 10만명을 넘긴지 닷새 만인 4월 1일 20만명으로 불어난 데 이어 이번에는 사흘 만에 다시 30만명까지 넘어선 것이다.

◆코로나19 사망자 눈덩이처럼 불어나 = 미국에서 가장 극심한 뉴욕주는 사망자들이 뉴욕시에서만 2600명, 주전체는 3600명을 넘었고 확진자들은 11만5000명을 넘어섰다. 뉴욕주에서는 하루에 사망자가 3500명, 새 환자들은 1만8000명이나 늘어나고 있어 아직 끝이 보이질 않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이 7일 안팎이 될 것"이라며 "정점을 지나 그저 반대편으로 내려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뉴욕 인접 뉴저지는 사망 850명, 확진 3만4000명을 넘었다. 인구 4000만명이나 되는 캘리포니아의 사망자도 323명으로 늘어났고 확진자들은 1만4000명에 달했다.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미시간이 심각해져 사망 540, 확진 1만4000명을 기록했다.

남부에선 루지애나 사망 412명 확진 1만3000여명, 조지아 사망 208명 확진 6400명, 플로리다 사망 200명 확진 1만2000명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피해가 초반에 집중됐던 워싱턴주에서도 사망자가 318명 확진자는 7500명으로 지금도 늘고 있다. 동북부 보스턴이 있는 매사추세츠주에서 피해가 급증해 사망 216명, 확진 1만2000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10만명을 넘은 주가 뉴욕주 1곳 이고 1만명을 넘은 주들이 10개주에 도달했다. 워싱턴 수도권 일원은 아직 창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하루에 사망자들이 30명 늘어난 126명, 확진자들은 1000명 급증한 6500명으로 늘어나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최악 지역별로 달라 대비에 총력전 = 미국인들은 96%나 집에 머물라는 자택대피령, 외출금지령을 받고 극히 제한되고 고립된 생활을 하면서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주별로 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각주별로 병의원 치료시설과 물자 확보 등 대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주립대학연구소가 발표한 모델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정점이 4월 9일 뉴욕과 뉴저지에서 시작해 4월 10일 미시건과 루지애나, 4월 16일 일리노이, 4월 18일 워싱턴DC, 4월 22일 조지아, 4월 26일 캘리포니아 순으로 찾아올 것으로 나타났다. 5월 들어서는 2일 텍사스, 3일 플로리다, 14일 메릴랜드, 17일 버지니아에서 코로나19 정점을 맞게 될 것으로 이 연구보고서는 내다봤다.

현재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뉴욕주는 4월 9일이면 정점에 도달하는데 병원 침상이 무려 5만8500개나 부족하고 ICU(집중치료실) 병상은 1만개 이상 부족할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경고했다. 뉴욕주에서는 산소호흡기가 8900개나 필요하기 때문에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권고됐다. 인근 뉴저지주에서도 병상 1700개, 집중치료실 1000개나 부족하고 산소호흡기는 1200개가 더 필요할 것으로 지적 됐다.

4월 18일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는 워싱턴DC에서는 병상이 오히려 700개가 남게 되고 인공호흡기도 52개만 더 있으면 될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주립대학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최악의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각 주별로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준비가 덜된 지역부터 의료시설과 물자를 우선 배분해 대비토록 함으로써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상지원' 시작 = 코로나19 사태로 문 닫은 중소업체들이 종업원 봉급과 임대료 등을 두 달 치를 사실상 무상지원 받고 재난융자도 1만달러는 공짜로 사흘 안에 받는 연방 구호 프로그램이 지난 3일부터 가동됐다.

PPP로 불리는 종업원 봉급(Payrol)보호 프로그램에 대한 시중은행 등의 신청접수와 수속이 3일부터 시작됐다. 500인 이하 사업체나 자영업자, 독립 정부조달계약자, 비영리기관까지 두달 반치의 종업원 봉급과 임대료 등을 사실상 무상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중소업체들은 종업원 월평균 임금과 임대료 등을 미리 계산해 두달반치 PPP융자를 신청하게 된다.

워싱턴은 코로나19 사태로 자의든 타의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어진 중소업체들이 완전히 사업을 접고 종업원들을 해고하면 실업대란과 경제 붕괴를 피할 수 없는데다가 이 사태 종료 후에도 경제를 되살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해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중소업체들은 이와는 별도로 코로나19에 의한 경제피해 재난융자와 선지급융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코로나19로 강제로 문을 닫아 막대한 영업 손실을 입게 된 중소업체들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은 연방과 주정부, 카운티 등 지역 정부별로 매우 다양하게 마련돼 시행된다.

◆10년 고용증가 종언, 실업대란 시작 = 10년 장기고용호조가 막을 내리고 실업대란이 시작됐다. 지난 3일 발표된 3월 실업률은 4.4%로 전달의 3.5%에서 1% 포인트나 급등했다. 3월 고용성적은 15일 이전의 전반기만 반영된 것이어서 다음달 초 나오는 4월 고용성적부터 상상하지 못했던 실업대란이 지표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은 특별 실업수당으로 최소한 생계가 가능 하도록 지원하고 나섰다. 실직자들에게 각 주정부가 지급하는 기본 실업수당 외에 연방차원에서 특별 실업수당을 신설해 1주에 1인당 600달러씩 13주 동안 지원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코로나19 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각주 노동국에 기본 실업 수당을 신청하고 연방차원의 특별 실업수당을 동시에 신청할 수 있게 됐다. 기본 실업수당은 각주별로 수령가능 기간과 수령액이 다른데 다수 지역에서는 1주 평균 385달러를 26주동안 지급하고 있다.

여기에 연방차원의 특별 실업수당으로 1주에 600달러가 추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수는 1주에 1000달러 안팎을 실업수당으로 받게 됐다.

그럴 경우 한달에 4000달러나 받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속에서 일하느니 그만 두고 실업수당 받는게 낫다는 부작용까지 나오고 있다. 평시라면 기본 실업수당을 받을 자격이 없던 자영업자, 프리랜서, 파트타임 근로자들도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모두 실업수당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중소업체들에게 종업원 봉급과 경비를 무상 지원하는 방안이 시행되면서 무더기 실직사태를 차단하는데 효과를 본다면 실업대란과 실업률 급등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1200달러 9일부터 15일사이 대부분 입금 = 미국인들이 받을 1인당 1200달러 현금은 9일부터 15일 사이에 대부분 은행계좌로 입금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코로나 바이러스 구호 패키지에 따라 미국인들에게 지급하는 현금이 당초 예고보다 1주 빠른 2주내에 은행계좌로 입금될 것"이라고 밝혔다.

IRS(국세청)는 4월 9일부터 세금보고시 은행계좌 정보를 제출한 납세자들과 사회보장연금 수령자들부터 1인당 1200달러씩 자동 입금시키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IRS는 4월 9일부터 15일사이에는 5000만명 내지 7000만명이 입금받게 될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은행계좌 정보를 IRS에 제출하지 않은 미국인들은 곧 새로 신설되는 정부웹사이트에서 은행 계좌 정보를 업로드한 직후에나 자동입금 받을 수 있다.

또한 소득이 없거나 적어 세금 보고할 의무가 없는 사람들 중에 정부기록이 없는 경우 IRS에서 마련하고 있는 간단 세금보고 양식을 제출하며 은행계좌까지 알려야 자동 입금 받게 된다.

["'코로나19(COVID-19)' 비상"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