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운용 손실에 따른 손익 악화 … 자기매매 증가에 트레이딩·상품 손실 ↑

코로나발 충격으로 주요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대폭 하락했다. 기업금융(IB)부문과 세일즈앤드트레이딩(S&T)부문의 손익 악화로 이익 금액이 줄어들었다. 특히 ELS(주가연계증권) 운용 손실에 따른 손익 악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들은 ELS 관련 추가증거금 요구로 인한 유동성 문제뿐만 아니라 보유 주식과 채권에서도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들은 ELS·DLS(파생결합증권) 발행 잔고가 많은 대형 증권사의 경우 글로벌 지수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 운용 손실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평균 거래대금은 9.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3.7% 증가해 브로커리지 수익이 운용 손실을 일부 만회할 전망이다. 신규계좌개설도 늘어나는 추세다.


◆파생결합상품 손실 영향 커 =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은 전년대비 70~90% 이상 뚝 떨어졌다. 5곳의 증권사에서 전망한 주요증권사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대체로 브로커리지 부문은 거래대금 급증으로 양호할 전망이다. 하지만 트레이딩 부문에서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급락 시 파생결합상품 자체 헤지와 PI(자기매매)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하는데 자본 누적으로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PI 자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증시 급락의 영향은 ELS 등 파생결합상품이 더 크게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손실 금액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워 각 증권사 별 실적전망은 수백억원씩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유안타증권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등 6개사 합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2.4%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 잔고와 PI(자기매매) 자산이 증가함에 따라 트레이딩 및 상품손실 또한 더 클 것"이라며 "이번 분기에는 손실이 발생하는 증권사가 생기는 등 실적 대폭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메리츠증권은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83.1%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ELS 관련 평가 손실 발생한 점이 손익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발행 잔고 규모가 크고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대형 증권사가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 = 미래에셋대우의 1분기 지배주주 연결순이익 전망치는 220억원에서 770억원까지 편차가 심하다. 한국투자증권은 770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했고 NH투자증권은 220억원의 순이익을 전망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B 및 투자 부문은 배당금이나 분배금 등 캐리성 수익이 상대적으로 탄탄하고 ELS 헤지운용 손익도 타사대비 양호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은 639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했다. 전년동기대비 61.8% 줄어든 금액이다. 정태준 연구원은 "파생결합상품 헤지 운용에서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지만 자체헤지 규모가 적고 브로커리지 호황이 예상됨에 따라 이익을 흑자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순이익을 467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대비 72% 감소한 수치다. ELS 관련 운용 손실 및 투자 목적 자산 관련 손실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다. 김 연구원은 "텔 등 관광업 투자 비중이 높은 동사의 특성상 배당·분배금 손익이 감소할 개연성이 있다"며 "다만 예정되어 있었던 빅 딜이 많아 현금 유동성은 확보되어 있어 최근 ELS 관련 유동성 이슈에 따른 부담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및 미국 15개 호텔 인수 등은 코로나19 이슈로 당분간 연기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이 가장 큰 폭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30억~86억원 수준이며 한국투자증권 별도로는 대규모 트레이딩 손실로 91억원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80억원을 벌어들인 것의 50분의 1정도밖에 안되는 규모다.

정태준 연구원은 "적극적인 자체 헤지 전략으로 인해 파생결합상품 헤지운용에서 타사보다 큰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시장금리 하락과 CP 시장 경색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으로 마진 하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1분기 중 신용공여 평잔이 증가해 일정 부분 방어는 이루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렇게 큰 손실을 전망하는 이유는 한국투자증권이 타사 대비 높은 비율로 자체헤지를 수행하기 때문에 파생상품 헤지운용 손실 또한 클 수 밖에 없고 한국투자파트너스의 보유 주식에 대한 평가손실도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순이익을 75억원으로 추정했다. ELS 운용 손실이 손익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 = NH투자증권 이익 역시 가파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NH투자증권의 1분기 실적 전망치는 275억원에서 382억원 수준으로 전망됐다. 전년동기대비 84% 감소한 금액이다. 파생결합상품 헤지 운용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지만 지난해 파생결합상품 잔고를 축소해놓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번 증시 급락의 피해는 덜 받은 것으로 보인다. 파생결합잔고 축소의 전화위복이라는 평가다.

김고은 연구원은 "전통적 IB 중 DCM (채권자본시장)부분은 영업이 유지되고 있으나 ECM (주식자본시장)및 대체투자 부분은 코로나영향으로 연기되고 있어 기업금융 수익 둔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1분기의 경우 1~2월의 영업 호조로 IB 수익 감소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브로커리지 및 금융상품 판매 등 리테일 수익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 손익 감소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자체헤지 비중은 타사대비 낮으나 DLS 잔액이 2.4조원으로 타사대비 1조~2조원 많아 최근의 유가 하락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각종 DLS 기초자산 급변동으로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식 PI와 헤지펀드에서도 일정부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삼성증권 = 삼성증권의 순이익 금액은 85억원에서 385억원까지 전망의 편차가 심하다. 그러나 분석의 내용은 비슷한다. 파생결합상품 헤지운용 방식 자체는 보수적이지만 증시 낙폭과 자체헤지 규모가 크다보니 적절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된다. CP 시장 마비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PF( 프로젝트파이낸싱)자산을 대폭 확대해 IB 수수료수익과 이자손익이 전년 동기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태준 연구원은 "보수적인 운용 전략에도 불구하고 자체 헤지 비중이 6개사 중 가장 높아 증시 급락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고은 연구원은 "ELS 운용손실이 손익 악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국내외 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브로커리지 수익 호조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 올해 1분기 가장 양호한 실적을 보인 곳은 메리츠증권이다. 유안타 증권은 메리츠증권의 순이익금액을 736억원으로 예상했다. 파생결합상품 잔고와 자체헤지 비중이 타사 대비 낮기 때문에 트레이딩 손실 역시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PF 규제로 인해 PF 익스포져 셀다운이 급한 가운데 코로나 19 로 인해 업계 전반적으로 셀다운이 지연된 상황은 부정적이다. 정태준 연구원은 "작년말 부동산 P F 규제로 인해 PF 익스포져의 셀다운 압박이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위험회피 성향 증가와 셀다운 지연은 분명히 부정적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 이상 염가에라도 익스포져를 처분해야되는 압박이 점점 심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움증권 = 키움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전망이다. 각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의 1분기 순이익 금액을 128억원에서 580억원까지 예상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인 158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긴 하지만 다른 증권사 대비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꺾이진 않았다.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실적이 비교적 선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고은 연구원은 "당분간 리테일, 특히 브로커리지 부문이 증권사 수익에 주요한 부분을 담당할 전망"이라며 "키움증권도 PI 비중이 높아 1분기 운용 손실을 피할 수 없으나 ELS 관련 손실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화 될 가능성도 제한적이고 최근 브로커리지 부분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연구원은 "증권 PI 부문과 인베스트먼트 , PE, 투자조합 및 펀드는 증시에 실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시장 정상화 시 반등도 강하게 나타날 전망"이라며 "더불어 증시 회복 시에도 거래대금이 강하게 유지될 경우 브로커리지 수혜 지속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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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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