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이탈' 인도네시아인 추방 … 활동제한 위반 첫 제재

베트남 부부도 추방 검토 중 … 비용 부담 거부해도 추방

입국 외국인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확인되면서 정부가 자가격리 방침을 위반한 외국인을 잇따라 강제추방하고 있다. 자가격리 비용 부담을 거부한 대만인을 강제추방한데 이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긴 인도네시아인이 본국으로 강제 추방됐다. 또 베트남인 부부도 자가격리 조치를 어겨 강제 추방을 검토하고 있다.

법무부는 국내 거주지를 허위로 신고하고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인도네시아인 남성 A(40)씨를 8일 오후 3시20분 이륙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태워 추방했다고 이날 밝혔다.

방역당국의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한 외국인을 강제 추방한 첫 사례다. 이달 1일부터 시행 중인 법무부 장관의 '활동범위 제한' 명령을 위반한 외국인에게 내려진 첫 제재이기도 하다.

추미애 장관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거주지 허위로 신고하고 안산→김천 이동 = 법무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출국 전 요리사로 일할 당시 쓰던 경기 안산시 숙소를 거주지로 신고했다. 법무부로부터 '활동범위 제한 명령서'를 받았지만 곧바로 경북 김천시에 있는 지인 집으로 이동했다.

안산시와 경찰은 A씨가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튿날 출입국당국에 통보했다. 당국은 A씨가 격리장소를 허위로 신고하는 등 도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지난 6일 오전 11시10분께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보호실에 긴급보호 조치했다.

법무부는 A씨가 입국 과정에서 격리대상자임을 통지받고도 거주지를 허위로 신고한 뒤 곧바로 이탈해 감염병예방법과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장기체류자인 A씨는 입국 당시 특별한 증상이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달 1일부터 공공의 질서나 대한민국의 중요한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외국인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준수사항을 정하는 '활동범위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자가격리 장소 이탈 = 법무부는 이날 오전 자가격리 장소를 이탈한 베트남인 부부도 적발해 강제추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1일 입국한 이 부부는 서울 강북구의 자가격리 장소를 벗어나 경남 김해시로 이동했다가 강북구보건소에 적발됐다. 이들은 자가격리 위반 이외에 불법취업 혐의도 있어 법무부가 보호조치 중이다.

정부가 이 부부를 추방하기로 결정하더라도 곧바로 출국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달 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자국행 출항 항공편을 중단시켰다. 이 때문에 외국에 있는 자국민 귀환이 사실상 차단됐다.

법무부는 "최근에는 국토부에서 베트남 항공에 한국 도착 후 출항 시 자국민 탑승을 조건으로 입항허가를 했으나, 베트남 정부는 여전히 출항 시 자국민을 탑승시키겠다는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며 "외국인보호소에 있는 기존 베트남인들 출국조치가 불가능해져 보호조치가 장기화되고 인권침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부담 거부로 추방되기도 = 앞서 한국에 입국한 뒤 격리시설 비용 부담을 거부하면서 입소를 거부한 대만인 B씨가 지난 5일 강제추방됐다.

B씨는 지난 2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시설 격리와 비용 납부에 동의했다. 그러나 이튿날 배정된 격리시설에 도착한 뒤 비용을 납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혀 퇴소 조치됐다. 법무부는 5일 0시30분께 A씨를 청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인계했다가 같은 날 저녁 추방한 것이다. 격리시설 입소에 드는 비용은 2주 기준으로 140만원 안팎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비용 부담을 사유로 한 거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우리 정부의 격리 조치를 거부한 것으로 판단해 추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고 무단 외출을 한 사람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5일부터 자가격리 위반시 최고 징역 1년형을 받을 수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방역당국의 입원 또는 격리 지침을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기존 규정에 비하면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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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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