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최다 감염국에 이어 최다 사망국에도 오르는 오명을 썼다. 미국은 토요일인 11일(현지시간) 사망자들이 끝내 2만명을, 확진자들은 50만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미국 사망자는 세계 1위 이탈리아의 1만9500명을 추월해 최다 사망국에 오르게 됐다.

부활절인 12일 현재 미국내 사망자 2만600여명은 전 세계 사망자 11만명의 18.7%나 차지하는 것으로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떨어져 앉은 기자들 |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이 떨어져 앉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단상 위 오른쪽)의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같은 날 미국 내 확진자들운 50만명을 넘어서 12일에는 53만명에 달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확진자 179만명 중에서 29.6%로 이제 3명당 1명꼴에 가까워진 최다 감염국을 지키고 있다. 확진자만 보면 2위 스페인 16만6000여명, 3위 이탈리아 15만3000여명보다 3배 이상 많다.

미국은 지난 3월 26일 확진자들이 8만5000명을 넘어서며 중국을 제치고 최다 감염국이 된 바 있다. 그 오명에 이어 보름만인 4월 11일 사망자가 2만명을 넘기면서 이탈리아를 추월해 최다 사망국에도 올랐다.

◆사태 최악, 정점 지나고 있나 =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이번주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돼 왔다. 정점을 전후해 사망자들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돼 공포의 한주를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점에 도달해야 반환점을 돌고 내리막길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뉴욕 하트섬에 집단 매장되는 코로나19 사망자들 | 미국 뉴욕 브롱크스 인근 해역에 있는 하트 섬에서 9일(현지시간) 개인방호장비를 착용한 인부들이 코로나19 사망자들의 시신이 담긴 관들을 파묻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정점에 도달해 코너를 돌기 시작했다는 고무적인 신호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하루 2074명이나 숨져 하루 사망자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나 다음날인 11일 사망자는 1800명대로 줄어들었다. 하루전인 9일에는 1900명대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가장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뉴욕주에서도 하루 사망자들이 799명에서 777명, 그리고 783명으로 거의 비슷하게 기록해 급격히 악화되는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새로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증치료 입원환자들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줄어들어 희망적인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뉴욕에서는 전체 입원환자들이 1% 늘었으나 ICU(집중치료실) 환자들은 소폭 줄었으며 캘리포니아에서는 입원환자들이 1.9% 줄어들었다.


◆사망자 예측도 6만명으로 더 낮아져 = 트럼프 백악관에서 인용하고 있는 워싱턴 주립대학의 코로나19 모델 연구보고서가 미국내 코로나 19 사태의 정점을 앞당기고 사망자 예측치를 1주일새 다시 한 번 크게 낮춰 잡아 주목을 끌고 있다.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평가연구소(IHME) 보고서는 지난 10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최악의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4월 10일 전후가 될 것으로 수정 예측했다. 당초 4월 16일로 잡았으나 일주일 만에 4월 10일로 앞당긴 것이다. 이미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최악의 정점을 찍고 코너를 돌고 있다고 관측한 것이다.

워싱턴 주립대학 모델연구 보고서는 특히 코로나19바이러스에 의해 목숨을 잃는 미국인들이 8월 4일까지 6만1545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세 번째 하향 조정한 것으로 4월 1일에는 9만3531명이었다가 4일에는 8만1766명으로 낮췄고 1주일도 안된 10일에는 6만1545명으로 2만명 이상 낮춰 잡은 것이다.

워싱턴 주립대학 모델연구 보고서는 최악의 정점 기간에는 하루 사망자들이 2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사망자 예측치를 보면 4월 10일 1983명, 11일 1907명, 12일 1910명, 13일 1895명, 14일 1863명, 15일 1817명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실제 사망자들이 이 모델연구의 예측치와 거의 일치하고 있어 정확도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 미국 내 사망자들은 지난 10일 2074명으로 하루 사망자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전날인 9일에는 1900여명, 다음 날인 11일에는 1830명으로 미국이 정점을 지나 코너를 돌고 다는 신호로 간주되고 있다.

워싱턴 주립대학 모델연구 보고서는 4월 10일부터 17일까지 정점 기간에는 하루 사망자들이 2000명 가까이에서 17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5월 1일에는 하루 사망자들이 1000명 아래로 떨어지고 5월 13일에는 500명 아래로 급감하며 5월 27일에는 100명이하, 6월 1일에는 50명이하에 그칠 것으로 워싱턴 주립대학은 예측했다.

워싱턴 주립대학 보고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병원 병상이 8만6400개가 필요한데 1만2700여개가 부족하고 중증환자를 집중 치료하는 ICU 병상은 1만8000여개가 필요한데 8000개 모자를 것으로 내다봤다.

◆제한조치 지속이내 완화냐 논란 = 트럼프행정부에서는 향후 제한조치의 지속과 완화를 놓고 부처별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무부 등 경제부처에선 5월 1일부터 미국경제가 가동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 보건 복지부와 국토안보부는 자택대피령, 거리두기를 섣불리 완화하면 올 여름 미국 사망자들이 기존의 20만명 예측을 초과해 30만명까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부처 의견대로 경제활동의 조기 재가동을 희망하고 있으나 국립 전염병 연구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 전문가들과 다수의 주지사들은 자택대피령과 거리두기를 성급하게 완화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명간 언제 미국이 재가동하도록 제한조치를 완화할지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두고 있다. 이에 대해 공중보건국장인 제롬 애담스 부제독(해군중장)은 미국의 대부분은 5월 1일 다시 오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코로나19(COVID-19)' 비상"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