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은 대공항 이래 최악의 불경기라는 공포에 빠져 있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NABE(미전국 비즈니스 경제학자 협회) 소속 경제학자 45명 모두가 미국경제가 이미 불경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것도 2008년 하반기의 대불경기(Great Recession)보다 가혹하고 1930년대 대공황(Great Depression)까지 넘어서는 고통을 안겨줄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NABE의 설문조사 결과 미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코로나19에 따른 셧다운 여파가 일부만 반영된 1/4분기에 마이너스 2.4%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현재의 2/4분기에는 무려 마이너스 26.5%나 추락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우려했다.

실업수당 신청서 받으려는 미국인들 차량 행렬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서 실업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하이얼리어의 한 도로에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실업수당 신청서를 받기 위한 사람들을 태운 차량이 줄지어 서 있다. 하이얼리어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종료 또는 둔화된 다음인 올 3/4분기에는 반등하기 시작해 플러스 2% 증가하고 4/4분기에는 5.8% 상승할 것으로 NABE 경제학자들은 내다봤다. 이 같은 예측은 코로나19 사태에 미국경제가 이미 불경기에 진입했으며 올상반기에는 1930년대 대공황보다 가혹한 불경기를 겪을 수 있다는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대공황 때는 미국경제 GDP가 최대 26%나 추락했다. 2008년부터 2009년 까지 대불경기에는 연간 GDP가 4% 하락한 적이 있다.

연방준비제도를 이끌고 있는 제롬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미국경제가 불경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공황이나 대불경기와는 달리 바이러스 사태가 종료된 직후 미국경제의 급반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극심한 불경기가 일찍 끝나고 회복기에 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업수당 청구 3주 만에 1700만명 실직

코로나19 사태에 일자리를 잃은 660만6000명이 새로 실업수당을 청구해 불과 3주간 1700만명이나 실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실업률은 대공황이래 최악인 13%까지 치솟은 것으로 보이고 이달 말까지는 실직자들이 2000만명을 넘고 실업률은 15%로 더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 주 노스 잭슨에서 한 남성이 'WIN 잡 센터'의 유리문 뒤 경비원으로부터 실업수당 신청서를 건네받는 모습. 노스잭슨 AP=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에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들이 지난주간인 3월 29일부터 4월 4일사이에 660만6000건이나 실업수당을 청구했다. 실업수당 청구는 그 전주에 686만7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주에도 비슷한 규모로 쇄도한 것이며 그보다 한 주전에는 305만9000건이 청구됐다. 이로써 불과 3주사이에 실업수당을 청구한 건수가 1653만2000건으로 1700만명이나 실직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지 한 달도 안된 기간에 미국경제에선 1700만명이나 일자리를 잃은 실업대란이 현실화됨에 따라 최근 발표된 3월 실업률 4.4% 보다 현재의 실질 실업률은 13%로 치솟은 것으로 경제 분석가들은 계산했다. 이와 함께 4월말까지는 2000만명 이상이 실직해 미국실업률은 15%까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수당 청구가 쇄도하는 바람에 상당한 지연사태를 초래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아직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어 심각한 생활고에 빠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각주의 기본 실업수당을 청구해 수속하고 실제 지급받는데 2~3주 걸리던 것이 지금은 훨씬 더 걸리고 있어 대다수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연방차원의 특별 실업수당 1주간 600달러는 지난 4일 연방가이드 라인이 발표되며 조기 제공을 독려하고 있으나 주정부들은 아직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접수절차도 확정하지 못한 지역들까지 있다.

중소기업 무상지원 신청자 쇄도

코로나19 사태로 문 닫은 중소업체들이 사실상의 무상지원 프로그램에 대거 신청하고 나섰으나 일주일 동안 고작 4%만 승인됐고 무더기 지연사태를 빚고 있어 업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취급 은행들은 일주일도 안 돼 최소 1000억달러 이상 대출신청을 접수받았으며 미 재무부는 980억달러를 승인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무상 지원금을 받은 중소업체들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인 이하 중소업체들은 자영업자, 계약 수주자들까지 종업원 급여와 렌트비 등으로 두달 반치를 융자받은 후 그중 75%를 급여제공에 쓴 것을 증명만 하면 융자금 전액을 갚지 않고 탕감 받을 수 있어 무상 지원으로 간주되는 PPP 프로그램과 경제피해 재난구호 프로그램 중에 되갚지 않아도 돼 공짜로 쓸 수 있는 선지급 융자금 1만달러를 타려고 신청대열에 쇄도하고 있다.

배정된 3500억달러 규모의 중소업체 지원 패키지 지원액에 신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일주일만에 무려 72%까지 도달했으나 그중 4%만이 승인된 것으로 설문조사결과 나타났다. 지난 3일부터 신청서를 접수한 중소업체 업주들은 신청도 어려운데다가 승인이 지연되고 있어 자금을 못 받고 있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PPP 프로그램으로 무상지원 받으려면 문을 닫고 영업은 중단 하고 있더라도 종업원들을 해고하면 안되고 급여를 지급해야 하며 지원액의 25%로 렌트비나 유지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인당 1200달러 이번 주 계좌입금

코로나19사태로 제공받는 미국민 1인당 1200달러 현금이 13일부터 15일 사이에 1차로 6000만명의 은행계좌에 자동 입금된다. 1차로 IRS(미 국세청)에 은행계좌를 제출했던 6000만명이 13일과 14일, 15일까지 1200달러씩 자동입금받게 된다. IRS는 2019년, 또는 2018년도분 세금보고를 했고 은행계좌 정보를 제출한 납세자들과 사회보장연금 수령자들부터 성인 1인당 1200달러, 부부 2400달러, 17세 미만 부양자녀 한명당 500달러씩을 자동 입금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1차로 자동입금받게 되는 미국인들은 6000만명 정도 될 것으로 IRS는 밝혔다. 이들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기다리면 IRS에 제출했던 본인의 은행계좌로 자동입금된다.

1라운드 초대형 코로나 구호 패키지에도 대공황이래 최악이 될 미국의 불경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경제 전문가들과 정부당국까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최악의 불경기 기간을 최대한 짧게 단축시키고 코로나19 사태 종료 직후 미국경제를 빠른 시일내 급반등시키는데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무제한 돈풀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비상"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