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육가공기업 타격 … 식품공급망 혼란 현실화

카길, 스미스필드, 제이비에스 에스에이(JBS SA) 등 세계적 육가공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일부 공장을 멈추거나 가동중단 압력을 받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코로나19로 식량공급망에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게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1일 미국 육류공장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다며 불과 일주일 사이에 수백 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식량공급망의 취약성과 근로자 안전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통신에 따르면 콜로라도의 웰드 카운티에 있는 JBS SA 쇠고기 공장에서 50명이 양성반응을 보였고,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카길사 육류 포장공장에서 16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사우스다코타에 있는 스미스필드 푸드사의 돼지고기 가공공장에서도 190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들의 사망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들은 콜로라도주와 펜실베이나주의 육가공시설에서 두 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모두 JBS SA가 소유하고 있는 시설이다.

통신은 이런 소식들이 세계 식량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국 브라질 등 세계 식량가치사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의 대표적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카길은 세계적 곡물기업으로 농업 뿐 아니라 육가공 식음료 해운 등 식량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사업을 하고 있다. JBS SA는 브라질 기업으로 세계 최대 규모 육가공기업으로 알려졌다. 2015년에는 카길의 돼지고기 사업부문을 인수하며 브라질 밖 사업을 더 확장했다. 스미스필드는 2013년 중국 최대 육가공기업 수앙후이(WH)그룹이 인수했다.

한국도 미국 육가공기업이 수출하는 쇠고기 돼지고기 수입량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코로나19로 육가공시설이 중단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축산물 수요·공급에 영향을 받게 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도 콜로라도 육가공시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을 언급했다.

스미스필드와 카길은 각각 해당시설 문을 닫고 소독 등 방역작업에 들어갔다. 육가공공장의 작업라인 구조나 휴게실과 라커룸을 함께 쓰는 직원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길의 북미육류사업부장은 "(방역 후) 공장이 안전을 확보하는대로 다시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JBS SA는 방역을 하면서 작업장 운영은 계속 하기로 했다.

한편 노조 지도자들은 방역작업을 위해 공장 가동을 최소 일주일 이상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동안 임금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다시 문을 연다면 시간당 3달러를 위험수당으로 추가할 것도 요청했다. 김 코르도바 연합식품상업노조 로컬7 위원장은 "쇠고기 없이도 살 수 있다"며 "(직원들을 위험한 상황에 내몰아) 목숨을 희생시킬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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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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