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투표·방역 등 일제히 보도 … 폼페이오 "전세계에 본보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치러진 한국의 총선에 대해 전세계가 또 한 번 놀랐다. 주요 외신들은 투표방식과 방역체계를 소개하는 내용부터 코로나 대응이 투표결과에 미친 영향까지 다양한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팬데믹 속에서 투표를 하는 자체가 놀랍다는 반응도 적잖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은 한국이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른 걸 축하한다"면서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총선을 치른 데 대해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방되고 투명한 사회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투표소 사회적 거리 두기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인 15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동 창원신월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기다리며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우정식 기자


폼페이오 장관은 "이러한 특징이 현재의 위기에 맞서는 데 필요하고 한국이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데 중요한 것"이라며 "한국의 총선이 전 세계에 본보기"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제공에도 직접 감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십만 개를 구매할 수 있게 해 준 한국에 감사한다"면서 "파트너와 동맹은 함께 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의 공식 반응 외에 주요 외신들 반응도 뜨겁다.

독일 일간 타게스차이퉁(TAZ)은 "(한국은) 1987년 첫 직선제가 이뤄진 이후 선거가 미뤄진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다른 50여개 국가에서는 선거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발열 검사를 받아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서 방역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dpa 통신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투표율이 이전 선거보다 높았다"면서 "유권자들은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을 착용했고 1m 이상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고 전했다.

총선 전날 슈피겔온라인은 "한국에서는 안전하게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투표소 방역 대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슈피겔온라인은 "일부 후보들은 온라인 선거운동을 강화하고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상점과 시장을 찾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고 선거운동 과정을 소개했다.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은 높은 관심을 보였다.

차이트온라인은 "여당이 국회 내에서 단독 과반을 통해 입지를 넓힐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정치적 평가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관리능력을 평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dpa 통신도 "한국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롤 모델이 됐다"면서 "민주당 승리는 시민이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지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통신사들은 전날 출구결과가 나오자마자 이를 신속하게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선거 종료 직후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번 총선 투표율이 2004년 이후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다고 전했다.

AP는 특히 "지난 금·토요일에 실시된 조기 투표에 역대 최고 수준의 참여가 이뤄졌고, 사회적 접촉 최소화 때문에 낮은 투표율이 될 것이라는 예측을 깼다"고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투표소 안팎의 방역 대책에 주목했다.

스카이 뉴스는 '한국,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총선 개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대규모 검사와 추적, 격리 조치로 선거가 열릴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들은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체온을 측정하며, 손을 소독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스카이 뉴스는 한국이 4년마다 총선을 실시하며,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성공적 대응으로 집권당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BBC방송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총선 소식을 주요 기사로 소개했다.

특히 투표장 앞에서 1m씩 떨어진 채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유권자들은 손을 소독하고 비닐장갑을 착용한 뒤 체온을 측정한 이후에야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기표소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꼼꼼한 방역 절차를 소개했다.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은 "일부 비평가들이 투표가 혼돈 속에 치러질지 모른다고 우려했지만, 앞서 사전투표 역시 차분하게 치러진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BBC는 "이번 선거가 국내 재확산을 촉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지만 현재로선 한국이 팬데믹 속에 무엇이 가능한지 또 한 번 증명하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BBC는 "미국 일부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미루고, 프랑스도 지방선거를 미룬 상황에서 한국이 선거를 치러 대조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15개 이상 주에서 대선 경선이 연기됐으며, 프랑스는 지난달 치른 지방선거 1차 투표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자 2차 투표를 미뤘다. 폴란드도 5월 10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우편투표로 진행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뒤로 한국이 가장 먼저 총선을 개최한 나라 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외신들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집회보다 팔꿈치 인사 등으로 바뀐 선거 유세 분위기와 유세 내용 역시 경기둔화나, 남북관계, 일자리 등이 아닌 코로나19 대응이 주를 이뤘다고 소개했다.

코로나 속에서 치러진 총선이 지닌 함의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한국에서 여당이 대승하면 일본·싱가포르처럼 선거를 치를지 고민하는 정상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선거를 진행할 정치적 이득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영국 위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미하 흐리베르니크 아시아 리스크 분석 담당 수석은 "한국 총선은 팬데믹 사태에서도 선거가 가능하며 위기에 잘 대처한 지도자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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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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