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전면적 일상복귀 후 확진 14배 … 총선으로 접촉 급증, 잠복기 후 4월 말 고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거리두기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총선을 치르며 모임이 급증하고 접촉이 늘어나는 등 바이러스 재확산 요인이 곳곳에 숨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상복귀 후 확진자 수가 14배로 증가한 싱가포르 사례가 알려지면서 생활방역 전환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의 총력 대응, 시민 협조가 어우러지면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국의 일일 확진자수는 일주일째 30명 아래로 유지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최근 일주일 동안 한자리수를 유지하다 15일에는 0명까지 떨어졌다.

일각에선 다른 나라 상황과 비교, "한국은 코로나19를 이제 잡았다"며 일상복귀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의학계 얘기는 다르다.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전면적 일상복귀는 이르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지친 시민들이 외부활동을 늘리기 시작했다. 교통량 감소폭은 줄어들고 시민들 이동량은 늘어났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적으로 밀접접촉을 대거 늘렸다. 막판 혈투가 벌어진 유세 현장, 개표 방송을 참관하는 사무실, 당선인과 낙선인의 지지자 모임 등에선 거리두기가 실종됐다.

15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가격리자 투표소에서 방역요원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줄어든 확진자 수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주 확진자 수는 두차례 입국금지와 2주전 거리두기 실천이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 결과물"이라며 "지금 해이해진 거리두기 모습이 2주 뒤 성적표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총선은 어쩔 수 없이 치렀지만 이제부터 2주가 또한번 고비라며 정치권의 방역 모범을 주문했다. 이 전문가는 "당선인을 포함한 출마 후보들과 운동원들 모두 며칠이라도 자가격리에 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타인과 접촉량이 가장 많았던 후보와 주요 선거운동원들이 본인도 모르게 무증상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만큼 자가격리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싱가포르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성공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알려진 싱가포르는 개학을 하고 일상으로 복귀한 뒤 1개월간 확진자가 14배나 증가했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23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을 강행하고 방역보다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시행했다.

감염병 최근 양상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질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재생산지수는 최근 6~7까지 치솟았다. 발병 초기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는 평균 2.3 수준이었다. 재생산지수는 한 사람이 감염 가능 기간에 평균 몇명에게 전파하는지를 수치화한 것으로 바이러스 전파력을 나타낸다.

경북 예천에서는 한 사람이 순식간에 30명 남짓한 가족과 이웃을 감염시킨 일도 발생했다. 확진자 중에는 감염 사실을 모른채 미용실, 식당, PC방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하거나 총선 후보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경우도 있었다.

시민들도 거리두기 종료에 불안함을 보였다. 서울시가 지난 10~12일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63.6%가 "생활방역 전환 필요성은 있지만 19일은 이르다"고 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가장 우려되는 상황으로는 무증상 감염 등 원인 미상 감염(58.5%)과 새로운 대규모 집단감염 발생(41.6%)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생활방역 전환을 준비하되 철저한 단계적 시행이 필요하다"며 "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집합 가능한 모임 규모를 50명, 200명, 500명으로 제한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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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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