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체계 붕괴 등 갈수록 심각 … 아베, 긴급사태 전지역으로 확대

일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5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하는 등 상황이 날로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이 같은 추세로 보면 수일내 일본의 확진자가 한국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구대비 확진자 수를 따져봐야 좀 더 정확하지만 현재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마스크를 쓴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16일 코로나19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도 등 7개 도부현에 발령했던 긴급사태선언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AFP=연합뉴스


16일 하루 동안에만 일본에서 신규 확진자 수는 574명 늘어났고, 전체 확진자 수는 9일 만에 2배로 늘면서 1만명대가 됐다.

NHK 집계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감염이 확인된 사람은 16일까지 총 9296명(공항 검역단계 확인자와 전세기편 귀국자 포함)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했던 크루즈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선자 712명을 더한 전체 감염자 수는 1만8명이 되면서 1만명대로 올라섰다.

일본의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1일 719명을 기록하는 등 나흘 연속 최다치를 경신했다. 그러다가 12일 500명, 13일 294명으로 다소 둔화되는 듯 했지만 14일 482명, 15일 549명, 16일 574명으로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전체 감염자 수는 도쿄도 등 7개 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 1차로 긴급사태가 선포된 지난 7일 5000명대를 기록했고, 다시 9일 만에 2배 규모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16일 오후 코로나 대책본부를 열어 긴급사태 발령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장이 관할 지역 주민의 외출 자제와 휴업 등을 요구하거나 지시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에 근거한 긴급사태가 적용되는 기간은 일본 전역에서 내달 6일까지다. 상황에 따라서는 긴급사태 발령 기간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긴급사태 확대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가) 널리 퍼지는 것을 막는다는 관점에서, 모든 도도부현에서 불요불급한 귀성이나 여행 등 도도부현을 넘어 사람이 이동하는 것을 절대 피하도록 주민들에게 촉구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 확대로 많은 제약을 겪을 전 국민에 대해 일률적으로 1인당 10만엔(약 114만원)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앞서 소득이 급감한 가구에 대해 30만엔(약 342만원)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요건이 까다롭다는 등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계획을 사실상 변경했다.

전날까지 광역지역별 확진자 수는 도쿄도가 2595명으로 가장 많고, 2위인 오사카부가 1020명으로 늘면서 1000명대에 올라섰다. 이밖에 가나가와(675명), 지바(595명), 사이타마(564명) 등 수도권 3개 현이 500∼6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16일 하루 동안 12명이 늘어 국내 감염자 190명과 유람선 승선자 13명 등 총 203명이 됐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도쿄를 중심으로 긴급 의료 체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가 구급 이송됐는데 병원 측이 원내 감염 확산을 우려해 수용을 거부하거나 코로나19 중증 환자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어 다른 질병 등으로 위독한 환자를 거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이달 초 구급 이송 중 20개 이상의 병원에서 거절당한 남성이 5시간이나 지나서 도쿄의 한 대형 병원에 도착한 일도 있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또 일본 정부가 병상 부족을 피하기 위해 코로나19 경증 환자는 숙박시설이나 집에서 요양하고 의료기관은 중증 환자 치료에 집중하도록 했으나 증상이 없음에도 불안을 느낀 환자까지 모두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등 역할 구분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집중치료실(ICU)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 10만명당 ICU 병상 수는 5개로, 미국(35개)은 물론 독일(30개), 프랑스(12개), 이탈리아(12개), 스페인(10개)과 비교할때 턱없이 부족하다. 니혼게이자이는 "ICU가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기능 부전 상태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추계에 따르면 43개 도부현에서 피크 때 중증 환자수가 ICU 병상 수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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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 연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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