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감소 가구에 30만엔 지급'에서 수정

집권당 "선거 못치러" 불만에 방침 바꿔

고집 꺾고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 시행

일본이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경제대책의 일환으로 전국민에게 1인당 10만엔(114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소득이 급감한 세대 등 선별적으로 가구당 30만엔을 지급하기로 한 기존 방침을 바꿔 지급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선별적 지급에 따른 기준의 혼란과 함께 국민적인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 궁여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베, 추경예산 수정안 제출 지시 = 아베 총리는 16일 국민 1인당 일률적으로 10만엔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추경예산안을 다시 짜라고 재무성에 지시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러한 방침의 변경은 국민 여론의 악화에 따른 것으로 집권 자민-공명당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에 앞서 공명당 야마구치 나츠오 대표는 16일 오전 아베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현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베 마스크 배급 시작 |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각 가정마다 2장의 마스크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16일 도쿄의 한 우체국에서 직원이 각 가정에 배달될 마스크를 들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이후 총리관저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겸 재무상, 자민당 니카이 토시히로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등 당과 내각의 지도부와 잇따라 회담을 갖고 정부의 현금지급 방안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번 결정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이미 합의를 해 발표한 예산안이나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 다시 수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공명당의 지지기반인 창가학회 내부의 강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공명당 내부에서는 당초 소득감소 가구에 30만엔을 지급하는 방안이 확정된 이후 "이런 방식으로 지급하면 앞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민당 내부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일률적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주장이 강하게 나왔다.

현금 지급의 대상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면서 그에 따른 예산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선별적으로 가구당 30만엔을 지급하는 것에 비해 예산이 3배 가량 늘어난 12조엔(136조8000억원) 규모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자민당 내부에서는 아베 총리의 오락가락 지도력과 안일한 문제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아베 총리가 이달 초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대책의 일환이라고 내놓은 '모든 가구에 면마스크 두 장 지급'하기로 한 것이 국민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과 함께 총리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외출을 자제하라는 정부방침을 어기고 꽃놀이 등을 다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후생성, 드라이브 스루 전국적 실시 요청 =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검사방식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승용차 안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가 일본 전역에서 실시될 전망이다. 당초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실시돼 효율적 방식으로 입증돼 일본의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도 조명을 받았지만, 유독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나고야와 니가타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시행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드라이브 스루가 일본 각지에서 실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후생노동성이 15일 사무연락을 통해 드라이브 스루방식의 검진을 용인했다"면서 "대랑의 검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의료기관의 건물 안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보다 감염의 우려도 적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중앙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여전히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채택할지 여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도록 했는 데, 지역별로 여건이 모두 달라 일괄적인 시행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이번 후생노동성 조치도 일부 자치단체의 움직임 등에 떠밀려 어쩔 수없이 강제성 없는 방침만 내린 것이라는 언론의 비판도 나온다.

한편 일본 정부는 16일, 특별조치법에 따라 긴급사태선언의 대상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치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도쿄와 오사카 등을 포함해 긴급사태가 전국에서 시행된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각급 학교 및 유흥시설, 상업시설, 종교시설 등의 활동에 제약을 가할 수있다. 일본 정부가 이날 긴급사태를 확대한 것은 최근 매일 500명 안팎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병상 부족 등 의료체제의 붕괴를 우려한 조치라고 일본 언론은 분석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악용한 사기 극성 = 일본 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다양한 방식의 사기사건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령자를 대상으로 건강이나 생활상의 불안감을 이용한 사기사건이 급증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3일 나고야에 사는 90대 남성이 대표적이다. 범인들은 전화를 걸어와 아들인 척 속이고 "마스크가 있어 가상화폐로 미리 사놨다. 세금을 처리하기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한 후, 변호사를 가장한 남성이 집으로 찾아와 300만엔(3420만원)을 건네받는 수법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오사카에서도 80대 남성이 4월 초에 아들의 이름을 댄 남자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800만엔(9120만원)을 사기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80대 남성은 은행에서 돈을 송금할 때 "코로나19로 인한 생계비 목적으로 보낸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기일당이 은행원의 질문을 빠져나가기 위해 80대 남성에게 사전에 알려준 내용이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일본 각지에서 사기사건 뿐만 아니라 통신판매 등 각종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일본 국민생활센터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 전국적으로 1만2000건에 이르는 다양한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여행 취소에 따른 수수료 문제로 시작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등 관련 상품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다. 여기에 특수사기 등으로 보이는 다양한 사건 등도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비상"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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