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빼도 한국보다 많아 … 의료체계 붕괴 우려, 마스크 불만 폭주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9일 하루 동안 374명 늘어 누적확진자는 1만1519명이 됐다고 공영방송 NHK가 20일 밝혔다. 여기에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 탔던 확진자들이 포함된 수치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탑승자를 제외하더라도 일본의 확진자는 1만807명이라서 19일 0시 기준 한국의 누적 확진자보다 146명 많다.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나온 확진자를 자국 확진자와 별도로 집계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확대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긴급사태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도쿄 교도=연합뉴스


그렇다하더라도 19일 일본에서 다시 374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옴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확진자 수 차이는 더 벌어지게 됐다.

일본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15∼18일 나흘 연속 500명을 웃돌았지만 19일에는 300명대로 줄었다. 사망자는 14명 늘어 251명이 됐고, 증상이 나아져 퇴원한 이들은 18일 기준 1713명이다. 격리된 환자 수는 일본이 한국의 약 3.9배에 달한다.

일본의 누적확진자 추세와 더불어 의료시스템의 붕괴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차원의 대응이 늦어지면서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증폭(PCR)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미확인 감염자가 다수 있을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실제 상황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차이는 한일 양국의 서로 다른 대응 방식에서 비롯된 결과다.

한국은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이들을 포함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대거 검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 위치정보시스템(GPS) 자료, 신용카드 사용기록, 폐쇄회로(CC)TV 기록 등 가능한 모든 자료를 동원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공개했다.

이런 대응에 힘입어 한국은 최근에도 2주간 확진자 424명 중 96.7%의 감염 경로를 파악했다.

이에 반해 일본은 역학 조사 때 확진자 진술에 주로 의존하면서 감염 경로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 교도통신 보도에 의하면 18일 도쿄의 신규 확진자 181명 가운데 68%에 해당하는 124명은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여기에 일본 역시 뒤늦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도 앱이 개발 중인 상태다. 더구나 앱을 개발하더라도 원하는 이들만 사용하게 한다는 계획이라서 실효성이 적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일반 환자나 코로나 경증 환자가 병원에 몰리면서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며 일정 기준을 충족한 이들만 선별해 검사하는 시스템을 선택했다.그 결과 보이지 않는 감염 확산을 차단하지 못하게 되면서 오히려 의료체계 붕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도쿄 여러 병원에서는 원내 감염 확산을 우려해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응급 환자를 거절하거나 코로나19 환자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없어 다른 응급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또 오사카시에서는 방호복이 부족해 대용품으로 비옷을 사용하는 등 의료용품 부족 상태도 심각하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인 천 마스크 배포사업도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19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임신부를 위해 배포를 시작한 천 마스크 중 일부에 오염 물질이 묻어 있는 등 불량품이 발견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80개 시초손(기초자치단체)에서 일본 정부가 제공한 임신부용 천 마스크 중 일부에 '오염물이 묻어 있다', '머리카락이나 먼지가 들어 있다'는 등의 보고가 이어졌다.

당국이 확인한 결과 실제로 1900여장의 불량품이 발견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강하게 밀어붙여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라고 불리는 천 마스크를 둘러싸고 감염 방지 효과에 대한 의문은 물론이고 사용 편의성 등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먼저 지급받아 사용했던 사람들이 '마스크가 작아서 말할 때 끈이 풀어진다', '귀가 아프다', '빨면 줄어든다'는 등의 다양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하지만 후생노동성은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천 마스크와 관련한 질문과 답에서 천 마스크의 규격이 '세로 9.5㎝, 가로 13.5㎝의 시판품 성인용이며 입과 코를 덮기 위해 충분한 크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후생노동성은 고무로 된 마스크 끈(귀에 거는 부분)이 끊어진 경우 테이프 끈 등으로 연결해 사용하라는 설명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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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 연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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