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재미변호사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정부가 외국 국민들과 직접 소통을 통해 자국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외교활동이다. 그렇다면 미국에 대한 공공외교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한국정부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미국인을 상대로 직접 소통하고 신뢰를 얻는 공공외교는 한계를 가진다. 미국에서 정치적 활동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최광철)이 4월 23일(현지시간) LA남부 흑인 거주지역에 있는 마틴 루터 킹 커뮤니티 병원에 의료용 N95마스크 2500장을 전달했다. 사진 KAPAC 제공


한국인이 인권에 바탕을 둔 위안부 문제나 북미 이산가족 문제, 그리고 병원에 코로나19 방지 마스크를 제공하는 활동까지도 정치적 활동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인권과 보편적 인류애를 명분으로 하더라도 이면에 있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기 쉽다. 이후 자국의 이익을 위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나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공공외교는 그만큼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공공외교로 미국 시민권자가 된 우리 동포의 활동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동포는 정치활동 권리를 가지며 미국의 국가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 어떤 행위도 사전적으로 보장된다.

해외 동포의 공공외교 큰 관심

몇가지 사례를 통해 보면 분명해진다. 2007년 7월 미 하원은 일본 위안부 사죄 결의안(HR 121)을 통과시켰다. 미국 내 유권자인 한국동포의 미 의회에 대한 적극적인 촉구가 없었다면 통과가 불가능했다. 우리 동포의 지지를 받으며 선두에 섰던 인물이 마이크 혼다 의원이다.

2020년 3월 북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HR 1771)이 통과됐다. 뉴욕주 출신인 그레이스 맹 의원이 발의하고 캘리포니아 출신인 브래드 셔먼 의원이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셔먼 의원은 얼마 전까지 미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으로 한인 유권자의 적극적 지지를 받았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대표 최광철)은 북미 이산가족 통계 현황에 대한 브리핑을 셔먼 의원에게 했다. 미국 유권자가 아니고는 가질 수 없는 기회였다. HR 1771은 법안이며 국무부에 종속력을 가진다. 화상 상봉이 국무부 후속조치로 예상된다.

KAPAC은 미 연방의원을 상대로 북미 종전선언에 대한 브리핑까지 했고 이 내용은 2019년 7월 미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수정안에 삽입되었다. 이 역시 미국 유권자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종전선언 결의 통과까지 갈지는 의문이지만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보다 많은 한인 유권자의 지역구 의원 설득이 필요하다. 많은 한인 정치인이 직접 미국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인류애와 인권에 바탕을 둔 공공외교를 강조하고 싶다. 상대적으로 미 의회를 움직이기 쉽기 때문이다. 2007년 7월 위안부 사죄 결의안과 2020년 3월 북미 이산가족 상봉결의안은 좋은 예이다. 모두 미국 내 한인 유권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가능했다. 한국 국익에 도움이 되는 미 의회 결의안들이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한인 유권자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해외동포들을 위한 보다 많은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65세로 제한하고 있는 복수국적을 40대나 50대로 낮추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40대나 50대는 정치 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인 마스크 보내기 운동에 '감동'

장기적으로는 한인 유권자단체의 즉각적이고 실천적인 자선활동에 바탕을 둔 공공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KAPAC은 최근 30만달러 상당의 N95마스크를 코로나19와 싸우는 일선 병원에 기부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특히 로스앤젤레스 흑인 커뮤니티 소재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병원에 기부한 N95마스크는 흑인과 한인 커뮤니티 관계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992년 4월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 폭동이 벌어진 후 28년이 지났다.

이렇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공공외교가 성과를 거둘 때 미국의 한반도 정책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만큼 친한파 의원들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 의원은 미국인의 여론을 반영한다. 미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수 있었던 것은 유대계 미 의원들의 지지 때문이다. 공공외교의 결실은 즉각적이고 실천적 자선행위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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