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적극적인 검사와 대응을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해 가고 있어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대해 발 빠르게 역추적하고 '드라이브 스루'라는 검사방법을 신속히 도입해 감염확률을 최대한 낮추고 있다.

우리가 코로나19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었던 것은 검사키트와 검사방법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사방법의 원리는 수산생물 질병 진단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비브리오균 분자진단키트

◆물고기질병도 초기 발견·진단 중요 = 물고기도 동물이므로 사람과 같이 질병이 발생한다. 특히 집단으로 양식해 키우는 경우 질병이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돼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좋은 사료를 먹이고, 예방접종도 미리 하는 것은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노력이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 진료를 통해 원인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받아 질병을 이겨낸다.

수산생물도 마찬가지다. 질병이 발생하면 전문 수산질병관리사가 물고기 상태와 증상 등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진료한다. 질병 원인을 알아내기 위한 진단에는 과학적인 검사방법이 동원된다.

수산생물은 세균 기생충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감염성 질병이 발생한다.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초기에 질병을 발견하고,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수산생물의 질병검사에는 일반적으로 세균 기생충 바이러스의 배양, 현미경 등을 활용하지만 시간이 오래 소요돼 신속한 치료에는 한계가 있다.

진단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신속진단법에 대한 요구가 클 수밖에 없다. 신속진단법에는 크게 병원미생물의 유전자 특성을 이용한 분자진단법과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면역진단법이 있다.

◆면역진단법은 10분 내 결과 판독 = 분자진단법은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유전자를 비교 분석해 병원미생물만 구별해 내는 방법이다. 진단마커(표식)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방법은 검사시간이 짧고 정확도가 높으며 적은 수의 병원미생물도 검출할 수 있다.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법과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법이 대표적이다. PCR은 두 가닥인 DNA에 열을 가해 한 가닥으로 만들고 특정 부위만을 합성하는 과정을 반복해 목적하는 유전자 부분만 대량 증폭시키는 기술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증폭되는 DNA 수가 2ⁿ으로 늘어나고, 이 과정을 30회 반복하면 20억개의 DNA 가닥이 생겨 검체에서 세균 또는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

PCR 원리를 바탕으로 증폭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RT-PCR 검사법'이라고 하는데 현재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법에 사용되고 있다. 6시간 이내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RT-PCR 검사법을 기반으로 보다 안정성이 높은 펩타이드핵산(PNA)을 진단마커로 사용해 배양이 까다로운 어류, 새우류의 7종 바이러스 질병 검사법을 개발했다. 이 방식으로 원인이 다양한 12종의 세균성 질병을 동시에 검사하는 다중진단법을 개발했다. 모두 정확도가 높고, 사용이 간편한 진단법이다.

지난해에는 어류에 감염되는 비브리오균 10종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분자진단법을 개발해 시약 제조기업에 기술이전을 했고, 간편 진단시약 제품화에 성공해 일선 검사기관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면역진단법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검사방법이다. 병원미생물이 갖는 항원을 검출해 병원미생물 유무를 확인하거나 질병에 걸린 수산생물에서 항체를 검출해 신속하게 질병을 검사한다.

일반적으로 질병에 걸린 양성이면 2줄, 음성이면 1줄이 나오게 되는데 임신 진단 테스트기와 동일한 원리다. 면역진단법은 10분 내에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코로나19 신속 검사를 위해 국내외에서 면역진단법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수산생물 질병을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해 수산생물에 피해를 주는 세균 기생충 바이러스 질병의 면역진단법을 계속 연구하고 있으며, 이미 시판되는 면역진단키트도 있다.

양식장에는 물고기를 기르는 수십 개의 수조가 있고 한개의 수조에는 수백마리에서 수천마리가 길러지고 있어 한번 질병이 발생하면 짧은 시간 안에 양식장 전체로 확산될 우려가 높다. 질병 예방은 철저해야 하고, 질병이 발생하면 신속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파악해 확산을 막고 치료를 해야 한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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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 김명석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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