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58명 포함, 250여명 … 교육부 고3 개학 여부 놓고 고심 중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영향으로 미성년 확진자까지 늘어나면서 등교를 더 미뤄야 한다는 학부모들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와 감염증 확산 추이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등교를 무한정 미룰 수도 없어 고심 중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3일 정오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19명이다. 전날 0시 기준 111명에서 8명 늘었으며 매일 증가하고 있다. 이 중 19세 이하 미성년 확진자는 11명(9.2%)이다. 이들은 이태원 유흥시설을 다녀온 학원·과외 강사 등으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생들 위해 칸막이 설치하는 선생님들'│13일 서울 성동구 덕수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급식실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한편 13일 예정됐던 고등학교 3학년의 등교 수업은 20일 진행된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일부 학교 교사들도 황금연휴 전후 이태원 등의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전날까지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 사이에 이태원 클럽이나 논현동 수면방, 신촌 감성주점 등 확진자가 나온 유흥시설이나 지역을 방문한 교직원이 원어민교사 53명을 비롯해 총 158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교사뿐 아니라 교육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유흥시설을 찾았다는 경우는 14명이고 144명은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한 경우다. 유흥시설 방문자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며 모두 음성이었다. 확진자 발생지를 방문한 이들 가운데는 79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46명이 음성판정을 받았고 33명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서울 외에서도 교직원들의 이태원 방문이 확인되고 있다. 강원도에선 원어민 보조교사 등 55명이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 이 중 일부가 출근해 해당 학교 일반 교사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전남은 자체조사 결과 원어민 강사 51명이 이태원·홍대 일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만 19세 이상 성인이지만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학생이 유흥시설을 방문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의 한 예술고 학생이 지난달 26일과 이달 1~3일 이태원의 클럽·주점을 이용했다. 이후 의심증상이 나타나 11일 검사를 통해 음성판정을 받았다. 학생은 4일과 8일 실기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에 갔으며 학생 13명, 교직원 2명 등 15명과 밀접 접촉했다. 현재 학생 1명이 호흡기 증상을 보여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나머지는 증상이 없어 자가격리 중이다.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만 19세 이상 성인 학생은 1893명이었다. 만 19세 1350명, 만 20세 173명, 만 21세 이상 370명 등이다. 교사·학부모들은 만 19세 이상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직장인이 된 친구들과 유흥시설을 출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교육부는 13일에 고3부터 시작하려 했던 등교 수업을 20일로 일주일 미뤘다. 교육부 관계자는 "큰 변동이 없으면 이르면 이번 주말께, 늦으면 다음 주 초에 등교 추가 연기 여부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5번 등교 일정을 연기한 교육부는 학사일정 등에 대한 고심을 하고 있다. 이번 주 일요일(17일)에 '대학수학능력시험 D-200일'을 맞는 고3은 올해 수시모집을 위해 정상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를 채우고 1학기 중간고사를 정상적으로 치르려면 5월 말까지는 등교해야 한다. 또 맞벌이·한부모 가정의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 등 자녀 돌봄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 내에서는 학교 내 생활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등교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전날 불교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고3은 크게 상황이 변동되지 않는 한 20일에 등교한다 생각하고 있고 다만 고2 이하는 다시 방역당국과 상의할 것"이라며 "(학년을) 분산시켜서 한 주는 고2가 등교하면 고1은 원격 수업을 하는 식으로 서로 엇갈려 등교하는 방안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올 가능성이 있으면 학교를 보내기가 꺼려지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에서 확진 후 치료를 받고 완치판정을 받았던 교사가 재확인 되는 사례도 나타나 학부모들의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학부모 이 모씨는 "이렇게 교사들이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하는데 도대체 누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단 말이냐"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1학기는 온라인 수업을 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날씨도 더운데 실내에서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봤냐"면서 "저학년들은 더더욱 힘들고 관리가 안될 텐데 누가 아이를 지켜주냐"고 지적했다.

한편 유은혜 교육부총리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태원 클럽 방문 학원강사 등을 통해 발생한 2차 감염 확산과 관련해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학원 강사를 대상으로 하는 감염병 발생지역 방문 여부 조사와 대상자에 대한 빠른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또 학원, 노래연습장, PC방 등 학생이 자주 출입하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관리 강화 등 교육부-지자체-교육청(지원청) 차원의 합동 방역 강화 대책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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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풍 기자 · 연합뉴스 spjang@naei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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