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트너 급여 25%↓

BDO, 700명 임시휴직

기업들의 잇단 회계 스캔들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던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회계 스캔들은 견뎌냈지만 코로나19는 피하지 못하게 됐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빅4(PwC, KPMG, Deloitte, EY)는 영국 법인의 파트너 급여를 20~25% 가량 삭감했다.

PwC와 KPMG가 각각 20%와 25%의 파트너 급여 삭감을 발표한 이후 EY도 파트너 급여의 20%를 줄였고 Deloitte 역시 올해 파트너 수익이 20%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겪으면서 영국에서 임금삭감과 임시휴직 등을 단행하고 있다. 사진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Deloitte 사무실 연합·로이터


스티브 발리(Steve Varley) EY 회장은 "경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파트너 지분배당 이익을 줄이는 것이 좀 더 신중한 조치이며, 이를 통해 추가적인 유연성을 불어넣을 수 있고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Y는 1만7000여명의 직원에게 파트너 급여가 20% 가량 삭감된다고 알렸으며 "해고, 임시휴직 혹은 직원 급여 삭감 없이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리차드휴스턴 딜로이트 최고경영자는 "파트너에 지급되는 지분 배당 수익이 연기될 것"이라며 "급여 상승, 보너스, 승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우리 법인 내 고소득자인 파트너들이 재무적 부담의 더 많은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는 신념에 근거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코로나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 빅4 회계법인이 파트너 급여를 25%까지 삭감하고, 중견 회계법인은 주니어 스태프에게 일시 휴직을 시킴에 따라, 회계업계는 10여년 만에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때에도 업무 크게 줄어 = 영국의 빅4 회계법인은 7만4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파트너들은 작년 평균 72만파운드(한화 10억8000만원)를 벌었다. 이들은 기업감사, 세무, 구조조정 자문, 거래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 빅4는 외부감사를 맡았던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명성에 타격을 입었지만 감사시장에서 벗어나 시장을 확정하면서 파트너들의 수익이 크게 증가했고 빅4의 전반적 매출은 지난 10여년 간 증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기업들의 실적이 하락하고 M&A와 컨설팅 등의 업무가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4 뿐만이 아니다. 영국 5대 회계법인인 BDO는 1년차인 수습 및 행정지원 직원 700여명의 임시 휴직을 발표했다. BDO 역시 올해말 까지 지급되는 파트너의 급여를 25% 삭감한다고 밝혔다. BDO는 올해 매출이 15%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BDO 파트너인 폴 잉글랜드는 5500여명의 직원에게 "평소의 거래 상황이 2021년 초까지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이라고 경고했다. BDO의 파트너들은 작년 평균 60만2000파운드를 받았다. BDO는 직원들에게 근무시간과 급여감축을 제안했다.

그랜트 손튼(Grant Thornton)은 4500여명의 직원 중 150여명의 직원만이 근무시간 및 급여 감축 40%에 동의함에 따라, 직원들의 임시휴직을 추가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자르(Mazars)는 코로나 발생 초기 이후 업무량이 줄어든 팀의 직원 200여명을 임시 휴직 시켰으며, 파트너 급여 역시 25% 삭감했다.

지난달 영국 6대 회계법인의 대표들은 회상회의를 열어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 정부 지원 구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해고보다는 직원을 임시 휴직 시키고, 정부가 2500파운드 급여 내에서 80%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영국의 회계법인들은 BHS(유통), Carillion (건설), Thomas Cook(관광) 등 파산한 대형 기업의 감사 업무 수행과 관련해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경고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기업 파산 이후 주주와 직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전 세계적으로 전문가 서비스 법인들의 자문 업무의 양이 크게 줄었다. 당시 빅4는 직원들의 정리 해고, 파트너 급여 삭감을 비롯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은 고안해야 했다. KPMG는 당시 위기 동안 직원 해고를 줄이기 위해 4일 근무로 전환하도록 직원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영국 경제 봉쇄조치에 생존 어려워" = 빌 마이클 KPMG 영국 회장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후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서, 법인 1만6000여명의 직원에게 보내는 첫 메시지에서 "영국 경제가 향후 몇 개월간의 봉쇄조치에서 생존하지 못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빌 회장은 이메일을 통해 "백신만이 유일하게 알려진 출구전략이라는 게 현실"이라며 "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경제가 봉쇄상황에서 생존하기에는 너무 긴 여정"이라고 말했다.

빌 회장은 KPMG의 글로벌 은행·금융서비스 부문을 이끌었으며, 재무부 산하 은행기준 관련 위원회에 특별자문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KPMG는 영국 정부를 비롯해 대기업에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350개 기업(FTSE 350) 중 85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다.

빌 회장은 "위기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꿀만한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도입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이라며 "오랜 기간 지속 될 몇몇 위기들은 정부의 경제 운영 방식을 변모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이경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