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방문자 추적에 비용·인력 과다투입

앱·QR코드 활용, 신상정보 확보 방안

서울시가 유흥업소 출입과 동시에 방문자 신상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 허위로 작성한 명부 탓에 추적조사에 과도한 비용·인력이 투입되는 것은 물론 방역 골든타임도 놓치기 때문이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감염병 국면에서 방문자 명단을 작성토록 돼있는 클럽 등 유흥업소에 적용할 이른바 체크인 시스템을 곧 내놓을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다중이용시설 방역 긴급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TKIT(가칭)로 알려진 방문일지 집계 시스템은 문자메시지 인증을 통해 방문자가 실제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수기로 작성하는 현 방식은 명단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허위 기재가 쉽다. 업소 특성상 허위 기재 가능성이 높은 경우 이번 사태처럼 막대한 손실도 초래된다. 감염병 예방법에 의거, 다중집합시설 방문일지를 허위 작성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방역지침을 어길 경우 법에 따라 고발조치하고 확진자가 나오면 치료비용 자기 부담 등 구상권을 청구한다.

입구에 부착된 기기에 휴대폰을 갖다대면 앱 설치 요청이 뜨고 여기에 각자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간단한 인증과정을 거치면 된다.

인증을 마치면 알림톡이나 문자가 전송되고 신분증과 인증 화면을 제시한 사람만 입장이 허용된다. 시 관계자는 "업소나 입장객 모두 거부감이 있겠지만 허위명부나 명단 누락으로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 생기고 있는 만큼 시스템 구비를 강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R 코드를 활용한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마침 서울시는 제로페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QR코드 보급이 크게 확산됐다. 해외 사례도 참고했다.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택시 승객들에게 QR코드를 스캔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완화하면서 디지털 체크인 시스템 설치 장소를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세이프 엔트리(Safe Entry)'로 이름붙은 이 시스템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QR코드를 스캔하면 해당 장소에 들어가고 나온 기록이 된다. 시스템을 각종 다중이용시설에 확대 부착하고 부착 대상에 택시까지 포함한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 계획이다. 감염자, 접촉자 관리를 위해 공공장소·건물 등 출입기록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고민은 시스템 부착을 어디까지 강제하느냐다. 밀접접촉이 빈번하고 감염병 수칙 준수가 어려운 유흥업소는 당연히 포함하지만 의무부착 대상확대는 시장 반발, 소비 위축 논란을 빚을 수 있다.

한편 시 내부에선 방문자 추적조사를 조기에 끝낼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활방역으로 전환하기 약 보름 전, 내부회의에선 거리두기 완화 이후 집단감염에 대비해 이용자 정보 확보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 기술이 아니어도 IT 기술에 기반해 간단하게 입장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신용카드 0원 결제, 제로페이를 활용한 QR코드 입력 등 입장과 동시에 연락처 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당시는 확진자 수가 한자리수로 급감하는 등 확산 완화조짐이 뚜렷했고 허위명부 작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제안은 묻혔다. 제안을 채택했다면 수천명에 달하는 연락불통자 추적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큰폭으로 줄었을 수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14일까지 연락이 닿은 사람은 이태원 클럽 이용자 5500여명 중 3000명이 조금 넘는다. 2500여명은 여전히 추적 중이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