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토론·SNS 통해 입장 밝혀

전문가 "수능 못 볼 상황 대비"

이재정 "'9월 학기제' 검토해야"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수도권 시·도교육감들이 오는 20일로 예정된 '등교개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교육부는 14일 "현재는 등교개학 연기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시·도교육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20일 등교개학에 부정적이어서 또 다시 등교개학이 연기될지 주목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15일 '코로나19, 끝나지 않는 공포'를 주제로 진행된 'MBC 100분 토론'에서 20일 등교개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 교육감은 "'20일 등교개학'을 절대불변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으며 주말 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하자"면서도 "위기상황이 현저하게 지속된다면 학부모 마음에서 등교를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일 등교개학을 하면) 고3을 제외한 나머지 학년은 원격수업을 기본으로, 일주일에 한번 수행평가나 분산등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면서 "수능시험일을 한달 정도 연기하는 등 대입제도 변경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0일 등교개학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교육감은 한발 더 나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학사일정 차질이 생겼고 향후 교육과정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며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육감은 "등교수업을 시작해도 모의고사부터 각종 수행평가까지 20일에 한번씩 시험을 봐야 한다"면서 "학생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새로운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1학기를 12월 말까지 연장하고 수능을 내년 5월에 볼 수 있도록 해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14일 브리핑에서 "이미 온라인 수업을 시작해 9월 학기제를 논의할 필요가 없다"며 시행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9월 학기제'에 대해 조희연 교육감은 "긍정적 입장"이라면서도 "노동시장에 두 학년이 동시에 나가는 문제 등으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학생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인천 교육계는 20일 등교개학에 더 부정적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14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용한 전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연기된 등교개학에 대해 교육부와 다시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등교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명주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회장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상당히 크다"며 "고3만 개별적으로 등교해 진로상담을 받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해 상반기는 아예 등교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도 20일 등교개학에 부정적이다. 100분 토론에 출연한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태원 집단발병과 똑같은 상황이 학교에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면서 "만약 이번주에 고3 등교를 예정대로 했다면 인천 같은 경우 집단감염이 생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차 대유행이 오면 아예 수능을 못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이태원 같은 사건이 두세번 발생, 학사일정이 올스톱할 수 있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교육당국에 제언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환자 한명이 얼마나 전파하느냐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수가 이태원 전에는 1미만인 0.58정도였는데, 집단감염 이후 2.58로 크게 높아졌다"면서 "현재 상황대로 가면 6월에도 학교를 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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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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