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25일 메모리얼데이(한국의 현충일) 연휴를 맞아 코로나19 사태에서 두달 이상 손발이 묶였던 사람들이 재개방된 바닷가와 공원 등에 대거 몰리고 있다.

워싱토니언들이 대거 몰린 메릴랜드의 오션 시티, 버지니아의 버지니아 비치, 그리고 위로는 뉴저지와 아래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해변들까지 주말에 일제히 문을 열면서 상당한 인파를 끌여 들였다.

포드 공장 방문 중 마스크 손에 든 트럼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입실랜티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 방문 중 마스크를 손에 든 채 발언하고 있다. 입실랜티 AP=연합뉴스


바닷가에 몰려나온 인파들로 산책로는 크게 붐볐다. 한철 장사를 시작한 업체 종업원이나 고객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끼고 6피트(2미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산책로에 있는 벤치들 세개중 가운데 하나는 아예 앉지 못하게 만들어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하게 만들었고 야외 식사가 가능한 테이블도 절반 이하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메모리얼데이 연휴 대규모 인파 나들이 = 간이식당들은 모두 캐리아웃(가져가기)만 서비스하고 있어 고객들은 야외에서 절반 이하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해 놓은 테이블이나 해변으로 음식을 가져다 먹어야 하는 달라진 풍경을 보이고 있다.

오션시티에 있는 한 간이식당은 자동차 바퀴 모양의 튜브에 레코드판과 같은 식탁을 만들어 고객들이 이를 몸에 끼면 식당밖에서 다른 사람과 근접하지도 않고 간단한 식사나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아이디어를 선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따사로워진 햇볕에 일광욕을 즐기고 아직 찬물임에도 발을 담그거나 파도타기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그룹간 거리두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 마스크는 벗는 모습이었다.

객장 운영 재개 준비하는 뉴욕 증권거래소 |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미리 나와 준비작업으로 예행연습을 하던 직원들이 폐장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박수를 치고 있다. 뉴욕 로이터=연합뉴스


두 달 이상 셧다운 됐던 시설들과 사업장이 문을 다시 열면서 손발이 묶였던 인파들이 대거 바닷가, 공원 등지부터 나들이에 나서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였지만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새로운 일상과 비즈니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업종이 어떤 아이디어로 사업해야 살아남게 될지, 사라지는 업종이나 직종은 무엇인지, 엄청난 변화에 적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 풀기 쉽지 않은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트럼프도 결국 마스크 썼다 = 코로나19 대재앙에 대처하면서 기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해온 고집을 꺾고 결국은 마스크를 낀 모습이 포착돼 관심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는데 마스크를 쓴 모습이 처음으로 카메라에 포착됐다. 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건주에 있는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하던 중 대통령 직인이 찍힌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보도했다.

이에 앞서 포드자동차측은 백악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공장방문이 어려울 수 있다며 강하게 요청해 결국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일정 중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뒤쪽에서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언론이 마스크를 착용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기쁨을 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인 23일에는 버지니아 스털링에 있는 본인 소유의 골프장에서 3월 초 이래 두달 반 만에 처음으로 골프를 쳤다. 하루 앞선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예배당을 필수장소로 분류한다"며 "각 주지사들은 즉각 모든 예배를 허용하라"고 강력히 요구해 논란거리를 하나 더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마련한 백악관 브리핑에서 "나는 교회와 성당을 비롯한 모든 예배장소를 필수 예배를 드리는 필수 장소로 분류 한다"고 선언하고 "이에 따라 각 주지사들은 지금 당장 모든 예배장소의 재개방을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주지사들 명령이 있으면 대통령 권한으로 뒤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부 주지사들은 리커스토어(Liquor Store 동네슈퍼)나 낙태시술소까지 필수장소로 지정해 놓고서는 예배장소를 제외시킨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지금은 우리가 더 많이 기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례적인 개입으로 당장 주말과 주일부터 실내 예배를 시작하는 교회나 성당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종교 지도자들로 부터 각 주지사들이 종교시설까지 제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실내예배까지 전면 허용토록 조치해 달라는 강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상당수 주지사들은 실내 예배 등 종교행사에서 신도들이 거리두기 없이 밀집해 접촉하면 코로나19 감염사태가 확산된다며 단계적 개방에서도 2단계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들보다 종교지도자들 편에 서서 주법 보다는 연방법 우선을 근거로 이례적인 예배시설 전면개방 허용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이어서 법리 논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재개방 가속으로 재감염 사태 악화되나 = 코로나19에 의한 미국 내 사망자는 10만명, 확진자들은 170만명에 근접하고 있어 아직 바이러스 공포를 불식 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재개방에 가속도를 내면서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코로나 감염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재개방에 따른 제 2의 감염사태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는 2단계 재개방으로 문을 더 활짝 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아 재감염 우려보다는 경제추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개방에 가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압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라 기로에 서고 있다. 첫 단계 재개방 직후의 초기 시험 결과는 코로나19 환자들이 늘어난 곳과 감소한 곳이 거의 반반씩이어서 담대한 개방과 위험한 도박 중에서 어느쪽이 우세한지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17개주에서는 코로나19 환자들이 10% 이상 증가한 반면 16개주에서는 10%이상 감소해 초반 결과는 거의 반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조기 개방에 나섰던 텍사스에서는 지난 16일 하루 최다인 1800여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고 신중한 개방을 시작한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하루 최고치인 850여명, 애리조나에서는 최고치와 비슷한 460여명의 환자가 발생해 신규환자들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으로 꼽혔다. 반면 와이드 오픈에 가장 앞장선 조지아주에서는 환자들이 계속 줄어들고 있고 플로리다는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성급한 재개방으로 환자들이 급증할 것이란 경고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장 큰타격을 입었던 뉴욕주는 23일 하루 사망자들이 84명으로 100명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내 전체 사망자들이 10만명, 확진자들이 170만명에 근접하고 있으나 하루 사망자와 확진자들은 연일 감소세를 보여 다행스런 신호로 꼽히고 있다. 미국내 전체 하루 사망자들을 보면 지난 21일에는 1279명, 22일에는 1240명, 23일에는 1071명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하루 확진자들 역시 21일 2만5472명에서 22일에는 2만3905명, 23일에는 2만2520명으로 줄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