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방역 '비협조' 감염확산 초래

쿠팡측 배송직원 명단 뒤늦게 제공

동선 숨긴 의정부 목사 관련 확진 속출

코로나19 관련 인천 학원강사의 거짓 진술에 대한 비난여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역학조사 때 동선을 속이거나 검사대상자 명단을 늦게 제출해 방역당국의 대응에 어려움을 초래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역학조사와 방역에 대한 '비협조'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기도와 의정부시 등 보건당국에 따르면 의정부 주사랑교회 목사 A(52)씨는 지난 2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당초 역학조사에서 그동안 예배를 열지 않았으며 다른 지역에 가지 않고 집 근처만 잠시 걸어서 외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소독을 위해 교회 문을 열어달라는 요구를 거부한 점을 수상히 여긴 방역당국의 계속된 추궁에 입을 열었다.

쿠팡 고양 물류센터 코로나19 검진 | 28일 경기도 고양시 원흥동 쿠팡 물류센터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사진 고양시 제공


A씨는 지난 15일 남양주 화도우리교회 목사 B(57)씨와 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서울 종로의 음식점과 노원구 기도원, 도봉구 교회 등을 방문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일 발열 등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22일 다른 목사들과 경북 상주의 선교센터에도 다녀왔다. A씨 접촉자 가운데 화도우리교회 목사 B씨와 가족 2명, 교회 신도 3명이 확진됐다. 또 양천구 은혜감리교회 전도사, 도봉구 은혜교회 목사 등이 잇따라 확진됐고 2차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27일 오후 3시 현재 13명이 A씨와 연관해 확진된 것으로 파악했다. 결국 의정부시는 27일 주사랑교회에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의 경우 배송직원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경기도가 강제조사 방침을 밝히자 뒤늦게 제출했다. 이 때문에 전수조사 대상인원이 3차례에 걸쳐 수정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8일 쿠팡물류센터 집단감염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역학조사에 필요한 배송직원 명단제공이 장시간 지연돼 도 특별사법경찰이 강제조사에 나서게 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가 26일 오후 배송요원 명단제공을 요청했으나 쿠팡측이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제출을 미루다가 특사경이 강제조사에 나서자 40분 뒤 제출의향을 밝혔다.

도는 배송요원 2500여명의 명단이 입수되는 대로 추가 전수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일단 전산으로 지시하고 이행사항을 체크하면 될텐데 명단이 없다든지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면서 "고의에 의한 지연이라고 판단해 강제명단조사를 지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날 부천 쿠팡 신선물류센터(제2공장)에 대해 28일부터 2주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사실상 영업금지 또는 시설폐쇄에 해당하는 조치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경기도 31명을 포함, 전국에서 86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전수조사 결과 확진자수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내린 조치라고 도는 설명했다.

앞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했다가 확진된 인천의 학원 강사는 검사 단계에서 직업과 이동 동선을 속였다가 지난 14일 인천시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강사의 거짓 진술로 그만큼 대응이 늦어졌고, 2차 3차 감염자가 속출하는 등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전파력이 빠른 코로나19 특성상 피해 규모가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단 한번의 거짓말도 용납할 수 없다"며 해당강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검찰청은 코로나19 관련 허위신고와 거짓 진술, 격리 거부 등의 혐의로 85명을 재판에 넘겼거나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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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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